그런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 24조8천억 원에서 내년에는 23조3천억 원으로 무려 6%나 감액했다.
이미 올해 추경예산에서 SOC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 만큼, 내년도 예산이 줄어도 전체적으로는 줄지 않았다는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현안사업에 선심성 추경예산을 먼저 집행하고, 내년 총선 이후 배정하게 될 당초 예산은 감액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가 약한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벌써부터 부글부글 속을 끓이고 있다.
◇ 2016년 SOC 예산안 23조3천억 편성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SOC 예산으로 23조 3,119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 24조 8,069억 원 보다 6% 감소한 규모다.
내년도 SOC 예산안을 분야별로 보면, 도로사업이 8조 3,720억 원으로 올해 보다 7.8%인 7,125억 원 감액됐다.
기재부는 도로사업의 경우 기존의 계속사업을 완공하는데 집중 투자하고 신규사업은 지역공약 등 필수적인 사업 중심으로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철도사업은 7조 1,828억 원으로 3%인 2,223억 원이 줄었다. 이천~문경 철도와 하남선 복선전철 등 편익성이 높은 사업에 우선 투자하고, 철도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개량 사업에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수자원사업은 2조 1,749억 원으로 4.3%인 982억 원 감소했다. 기재부는 공업용수도와 광역상수도 등 용수공급 안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또, 물류와 지역 도시 등 개발사업 3조 2,339억 원으로 7.3%인 2,556억 원이나 줄었다.
특히,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6,300억 원이 편성돼 올해 보다 무려 29.2%인 2,603억 원 감액됐다. 정부는 노후공단 재정비에 예산을 지원하고 신규 단지 조성은 민간자본에 맡기겠다는 복안이다.
SOC 사업 가운데 유일하게 해운.항만 분야만 1조 7,183억 원으로 3.2%인 540억 원 증액됐다. 부산 신항과 평택.당진항 등 물류 중심 항만 개발사업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 SOC 예산은 '눈 먼' 선심성 예산
정부는 이보다 앞서 올해 제1회 추경예산에서 SOC 사업비를 대폭 증액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올해 SOC 추경예산으로 1조 4,377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당초예산 5조 4,332억의 26.5%에 해당하는 규모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올해 SOC 관련 추가경정예산으로 2,825억 원을 편성해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에 투입했다.
기재부는 이처럼 올해 추경예산에서 SOC 예산이 대폭 늘어난 만큼, 내년도 당초 예산이 감액됐어도 국가 SOC사업이 축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SOC 사업이 대표적인 선심성 사업이라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판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한탄강댐 건설과 광주순환, 당진~천안고속도로 건설은 올해 당초예산 집행률이 0%인 사업으로 시급성을 요하지 않지만 추경예산에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또, 성산~담양, 양재~기흥, 충주~제천 등 도로사업의 경우 계획상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추경예산이 아니라도 적기에 완공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추경예산에서 편성한 SOC 사업비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라는 의미다.
◇ 정치력 약한 지역 국회의원 '부글부글'
문제는 올해 추경예산에서 지역 SOC사업 예산을 챙기기 못한 국회의원들이 내년도 예산마저 감액되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도 당초 SOC 예산의 경우 총선 이후에 집행될 예산인데다 이마저도 감액되면서 내년 총선에서 지역에 생색낼 게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남지역 출신의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의정활동 4년 동안 남는 것은 지역 SOC사업뿐인데 작년과 올해 2년 동안 자랑할 만한 사업 하나 챙기지 못했다"며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러야 할 지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연말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이른바 쪽지예산이 난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마다 총선 직전의 해는 국회의원들의 예산 압력이 심했다"며 "올해도 쪽지예산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