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표절 의혹' 윤은혜를 위한 박민규 용기 처방전

배우 윤은혜. (사진=자료사진)
박민규 작가와 배우 윤은혜.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두 사람에게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창작자'라는 울타리 그리고 표절 논란이다. 한 사람은 인정했고, 다른 한 사람은 부인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박민규 작가다. 그는 역대 표절 논란에 휩싸인 어느 작가들보다 발 빠르게 표절을 인정했다. 표절 인정조차 애매했던 신경숙 작가와도 달랐다.

그는 '월간중앙' 9월호에서 데뷔작인 장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단편 '낮잠'에 제기된 표절 의혹을 해명했다.

앞서 정문순·최강민 문학평론가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인터넷 게시판의 글 중 일부를 표절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거꾸로 보는 한국야구사'라는 이 글은 실제 삼미 슈퍼스타즈 구단의 팬이 작성한 것이다.


'낮잠'은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배경과 인물 설정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낮잠'은 요양원 노인들의 사랑과 회한을 그린 작품이다.

소식을 접한 박 작가는 명백히 불쾌감을 드러내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9월호에 게재된 해명의 글에서는 입장이 바뀌었다. 그는 두 가지 의혹과 그에 따른 비판을 받아들였다.

박 작가는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는 책을 쓰기 위해 찾은 자료의 하나였다.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다. 당시 저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간이었다"고 반성의 뜻을 드러냈다.

'낮잠'에 대해서도 "신인 시절 '읽을만한 책 추천' 등을 쓰기 위해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민규 작가의 결단이 세상에 알려지고 있을 때, 배우 윤은혜 역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윤은혜는 현재 중국 동방위성 TV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여신의 패션'에서 활약 중이다. 윤은혜는 지난달 29일 파트너 디자이너와 함께 '나니아 연대기'를 주제로 한 미션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윤은혜가 입은 옷이었다. 팔 부분에 레이스가 달린 이 코트를 두고 패션브랜드 '아르케'의 윤춘호 디자이너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윤 디자이너는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 패션 방송에 우리 옷이 나왔다고 바이어에게 전화가 왔었다. 협찬인 줄 알고 넘겼는데 다른 여자 분이 만든 옷이라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르케'의 옷과 윤은혜가 착용한 옷을 비교하며 "조금 다르니 아니라고 할 수 있고, 유별나다고 할 수 있지만 불쾌하다. 나와 직원들, 옷을 만드신 선생님들, 우리 옷을 아는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면 맞는 게 아닐까. 현재 중국에서 아르케가 판매되는 시점인데 기분이 더럽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윤 디자이너에 따르면 윤은혜의 파트너 디자이너는 며칠 전에도 '아르케'의 옷을 협찬으로 가져갔고, 윤은혜 역시 이 옷을 종종 입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 두 사람이 함께 만들었다니. 더 확신할 수 있고, 소름 돋는다. F/W 한 시즌 비즈니스와 컬렉션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을 이렇게 쉽게, 뻔뻔하게…. 그냥 힘이 빠진다"고 억울함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윤은혜 측은 6일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한 적도 없고 표절할 이유도 없다. 소매 프릴의 위치와 형태는 유행하는 트렌드를 접목시킨 것"이라면서 "충분히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들로 SNS를 통해 표절 논란을 제기한 부분에 유감을 표한다. 더 이상의 F/W 컬렉션을 앞두고 자사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윤은혜라는 이름을 도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명에도 불구, 여전히 여론은 냉랭하다.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디자인 디테일이 상당히 유사함에도 윤은혜 측이 '외국 유명 브랜드를 참고했다'며 납득이 힘든 해명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충분히 의혹의 소지가 있는 디자인을 두고, '윤 디자이너가 홍보를 위해 논란을 만들었다'는 공격적인 뉘앙스에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에 만든 옷이라면 디자인 유사성을 더 엄격하게 검토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보탰다.

소위 '창작'하는 이들에게 '창작물'을 향한 자존심과 애착은 강할 수밖에 없다. '창작물'은 엄연히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노력을 담아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표절을 인정하기란 더욱 쉽지 않다. '표절'의 개념 자체도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표절을 인정하는 순간, 더 이상 그 창작물은 '창작'의 결과가 아니게 된다.

고로 박민규 작가의 결정은 무척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표절 인정은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과 신뢰를 충분히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용기 낸 양심 고백 덕분에 그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문학계의 고질적인 표절 문제를 바로잡자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박 작가는 해명의 글에서 '미래 작가들과 문학 발전을 위해 표절 논란을 예방하고 조정하는 교육과 조정기구를 설치하자'는 생각을 밝혔다.

그의 선택이 더욱 빛난 것은 대다수 유명 작가들이 표절 의혹에 등을 돌려온 까닭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박 작가가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는 모습은 문학계를 흔들어 어떤 깨달음을 주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박민규 작가에게서 알 수 있듯이, 핵심은 의혹과 정면으로 맞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그 용기에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면 된다. 공감이 어려운 맹목적인 부인은 결국 의혹과 논란의 덩치를 불리는 것밖에 하지 못한다.

표절 의혹에 빠진 윤은혜에게 무엇보다 박민규 작가의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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