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합의한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 보도문에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진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함"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DMZ내 우리 지역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하며 2명의 우리 장병이 부상을 당한 사건에 대해 '북측'이라는 주어를 명확히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당초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에게 북한측의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사과는 물러설 수 없는 협상 조건이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유감 표명은 의미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 2002년 6월 29일 발생한 제2연평해전 이후 13년만에 군사적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북한은 제2연평해전이 발생한지 1달여가 지난 7월 25일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을 통해 "서해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은 지난 1996년 9월 18일 발생한 동해안 잠수함 침투 사건 3개월여 뒤에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막심한 인명 피해를 초래한 남조선 강릉 해상에서의 잠수함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1976년 8월 18일 발생한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3일 뒤에는 "판문점공동경비구역에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인민군 최고사령관 명의 구두 메시지를 우리 측에 보냈다.
김일성 주석이 직접 사과를 한 사례도 있다. 김 주석은 지난 1968년 1월 21일 발생한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 사건 발생 이후 4년여가 지난 1972년 5월 4일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었으며 우리 내부에서 생긴 좌익맹동분자들이 한 짓"이라고 직접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처럼 지뢰 폭발 사건 이전 북한이 모두 4차례에 걸쳐 사과했지만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우리 영토를 직접 공격한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에 대해서는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측의 자작극이라며 발뺌하던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해 '북측'이라는 주어를 명확히해, 그것도 명문화된 공동 보도문을 통해 유감을 뜻을 밝혔다는 점은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 가장 큰 성과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