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는 6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롯데그룹 일가는 스스로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이에 상응하는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요하면' 관계 기관이 기업의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살펴보겠다며 한 말이다. 사실상 '셀프 개혁'을 주문한 수준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0.05%의 지분을 가지고 한일 롯데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기형적 지배구조, 461개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서도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스스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부담이 크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재벌기업들의 그간 논리를 반복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여당은 이에 따라 재벌 총수 등이 해외 계열사의 지분이나 국내외 계열사의 출자 관계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정도로 대응 수위를 낮췄다. 당초 여당은 여론의 비판이 거세자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안까지 거론했었다.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의 조치는 '공시를 잘하자'는 수준에 불과하게 됐다. 롯데사태의 원인은, 해외법인의 경우 공시를 거부할 수 있게 한 제도적 허점에 있으므로 이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기존 순환출자금지 등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이슈가 확산될 경우 '재벌 개혁'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이는 롯데 사태는 물론 우리 경제 재벌기업들의 고질적인 황제경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베일에 싸여있는 롯데의 지분구조가 드러난다고 해서, 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분구조 공개가 곧 의사결정 구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도 정부는 아직도 재벌을 비호해 주고 싶은 것"이라며 "'바보같이 왜 형제끼리 싸우고 그러냐' 이 정도의 인식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그 일가가 미미한 지분으로 기업 집단을 호령하는 롯데그룹의 의사결정 구조는 지하철 노선도만큼 복잡하다는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하지 않는 이상 해소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나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전횡을 견제하는 제도 도입도 논의될 만하지만,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이었음에도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재벌개혁 공약으로 제시한 것 중 신규순환출자 규제와 산업자본의 은행지배에 대한 규제 강화만 지켜졌다. 소액주주 권리의 단계적 강화, 감사위원의 독립성 강화, 지배주주 전횡에 대한 형량 강화 등 나머지는 국회에서 논의가 멈추거나 아예 시작도 안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