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까지 "신동빈을 용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와 음성, 동영상을 잇따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언론플레이'로 여론전을 펼치다가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귀국한 이후 갑자기 잠잠해졌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사장들부터 공개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연일 현장 행보에 나서면서 여론몰이와 그룹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은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롯데호텔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안팎을 드나드는 모습도 목격되지 않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자 거처인 호텔 34층에서 부친 곁을 지키면서 신동빈 회장을 견제하는 가운데 조용히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애초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3일 일본으로 돌아가려 했다. 일본에서 일본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고쥰사(光潤社)를 찾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집안 내부 여론 결집에 힘써 '반(反) 신동빈' 세력을 만들었으니 경영권 분쟁의 분기점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돌연 일본행을 취소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아직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일정이 잡히지 않은 만큼 한국에서 가족을 상대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데 좀 더 힘쓰고서 귀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생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뢰를 얻을 경우엔 그야말로 갈 곳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장에선 신 총괄회장 곁을 지키면서 아버지를 철저하게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두문불출하며 침묵을 지키는 것은 야심 차게 준비한 여론전이 의도와 달리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어에 서툰 그는 부친과의 사적인 대화는 물론 한국인들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기 위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도 모두 일본어로 했다.
한국 재계 5위 롯데가의 장남이 일본어만 쓴다는 것은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쪽으로 여론이 흘러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동빈 회장이 부친에게 손찌검을 당했다는 등 '막장 드라마' 같은 폭로를 서슴지 않아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임명·해임 지시서들도 상법을 무시한 후진적 족벌 경영이라는 지적을 자초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여론전을 펼쳐봤자 역효과만 불러일으키고 득이 될 것은 없다고 보고 당분간 조용히 지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친족 지지세력과 함께 반격을 준비할 수 있는 만큼 조만간 추가폭로가 이뤄질 것이란 추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