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가 국정원 해명 믿지 못하는 '6가지 이유'

(자료사진)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불법사찰은 없었다"는 국정원‧여당의 주장을 야당이 29일 조목조목 반박했다.

야당은 2013년 국정원 컴퓨터 성능개선 과정에서 일부 자료가 유실됐고, 국정원이 '실험용 회선'이라고 해명한 SK텔레콤 회선 자료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정원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원의 (해킹 의혹)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제출하라는 자료는 제출하지 하고 목숨보다 중요한 정보를 야당이 내놓으라고 한다는 등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 "국정원 컴퓨터 성능개선 전엔 100% 백업본 없는데 어떻게 100% 복원하나"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대상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신 의원은 우선 이병호 국정원장이 100% 복원했다는 삭제된 해킹 자료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보위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임모 과장이 삭제한 해킹기록은 ▲ 대북·대테러용으로 실시한 10건 ▲ 국내 실험용 31건 ▲ 공작 도중 실패한 10건 등 모두 51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삭제자료(51건)를 100% 복원해 분석한 결과 국민을 불법 사찰한 사실이 없다며 "직(職)을 걸겠다"고 단언했다.

신 의원은 그러나 "백업자료가 있으면 100% 복원을 확신할 수 있지만 RCS(원격제어시스템)을 도입했던 2011년 말부터 2013년 8월까지 국정원이 100% 백업 자료가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기간이 있다"며 국정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신 의원은 "2013년 8월 국정원 컴퓨터 성능개선 작업을 하면서 일부 자료들이 유실됐다고 하고, (국정원이) 성능개선 이전 자료 중에는 100% 백업자료가 없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RCS를 도입하고 운영했던 2011년 말부터 최근까지 해킹기록 중 100% 백업자료가 없는 기간이 있는데 어떻게 임 과장이 삭제한 자료를 100% 복원했는지 믿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스스로 실험용이라고 밝힌 31건의 실체 역시 석연치 않다. 해킹 의혹이 제기되자 국정원은 "해킹프로그램 20개 회선 중 18개는 대북‧테러용, 2개는 실험용"이라고 밝혔다.


대북‧테러용 18개 회선으로 시행한 대북‧테러용 해킹은 10건, 실험용 2개 회선으로 실시한 국내 실험용 해킹은 31건이다.

신 의원은 "실험용 회선 2개로 시행한 실험이 많은 것인지, 대북‧테러용 회선 18개로 시행한 대북‧테러용 해킹이 적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내부용 실험이라는 설명도 내부 감찰용인지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특이 국정원의 해명은 국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해킹 소프트웨어는 해외에서 사용됐다는 이 원장의 설명과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야당의 지적이다.

◇ 해킹된 SK텔레콤 회선정보 어디서 입수? 카카오톡은 못 뚫는다?

해킹이 의심됐던 SK텔레콤 회선이 "국정원이 보유한 내부 실험용 회선"이라는 국정원 해명과 "카카오톡은 해킹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보위 소속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앞서 "야당이 사찰에 사용됐다고 밝힌 SK텔레콤 회선 3개는 국정원 위장명인 'A컨설팅'이 가입해 보유한 번호"라며 국정원의 해명을 전한 바 있다.

신 의원은 그러나 "국정원은 SK텔레콤에 통화기록을 요청하지 않았다는데 해킹 의혹이 제기된 SK텔레콤이 국정원이 보유한 번호라는 사실과 통화기록은 어떻게 확보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킹 의혹이 제기된 IP나 통화목록 등 서버기록은 SK텔레콤만 가진 것이기 때문에 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고발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봤는데 국정원이 (SK텔레콤에 요청하지도 않고) 어떻게 자료를 입수했는지 모르겠다"고 압박했다.

정보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도 "국정원도 국정원으로 등록된 휴대폰이라는 것을 증명하든지, 명확히 SK텔레콤의 공문이 있든지, 아니면 휴대폰에 가입된 대상자가 있어야지 한다"며 "'SK텔레콤에 확인해보니 국정원 것이 맞다'고 하지만 저희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혹이 해소됐으니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자'는 박 의원의 주장도 비판했다.

신 의원은 "4년 동안 이뤄진 범죄 사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기록을 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3년 11개월 동안 범죄 사실은 그냥 넘어가는 것인가"라며 "검사 출신 박 의원에게 '(검찰이) 그렇게 수사를 하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카카오톡은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국정원의 해명도 반박했다.

신 의원은 "카카오톡 파이어월(firewall·방화벽)이 그렇게 엄격하지 않은데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를 국정원이) 수집할 수 없다는 설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1~2분 정도 시간차를 갖고 메시지 수집이 가능하면서도 감청처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진정성이 떨어지는 보고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 자살한 국정원 직원, 13일 만에 '단순기술자'에서 '중요책임자'로 변해

해킹 자료를 삭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의 자살 이유도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신 의원은 "국정원 설명대로라면 업무용 컴퓨터에 있는 아무 문제없는 자료를 복구 가능한 방법으로 삭제한 임 과장이 왜 죽었나?"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자기 목숨을 허망하게 끊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에 임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물었더니 '(임 과장이 삭제한 자료가)국내 사찰용으로 오해될 우려를 가졌을 가능성 때문에 죽지 않았는가라고 추론한다'고 답했는데 국정원은 임 과장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이라며 임 과장이 자살 이유에 대한 국정원의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신 의원은 또 "지난 14일 정보위에서 한낱 기술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던 임 과장이 27일 정보위에선 RCS 운용과 관련해 국정원을 통틀어 한 명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중요 책임자로 둔갑했다"며 꼬집었다.

신 의원은 대전으로 발령받는 임 과장이 지난 13일부터 서울 국정원 본원으로 자리를 옮겨 새누리당의 설명대로 '국정원을 문 닫게 할 정도로 중요한' 자료를 임의로 삭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임 과장의 출퇴근기록과 국정원 안에서의 동선기록 등을 요구했다.

정보위 현안보고에서 불구하고 국정원 해킹 의혹이 불식되지 않자 정보위 여야 간사는 이날 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6일, 각당 전문가를 대동하고 국정원을 방문해 전문가 기술간담회를 갖기로 합의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