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냐 '공안'이냐…국정원 해킹 사건 배당 어디로?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 사건이 검찰로 넘어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소프트웨어 중개업체 나나테크 등 관련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배당과 함께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에서는 관련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국정원 직원이 숨진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고발에 따른 수사를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사건을 어느 부서에 배당하느냐를 두고 초반부터 내부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의 사건 배당에는 수사의 방향과 관련된 시각이 담겨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공안부보다는 특수부에서 사건을 맡게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공안은 업무의 특성상 국정원과 협업이 많고, 평소에도 사건을 지휘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국정원 관련 사건을 공안부에서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로 업무상 공조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공안에 배당된다면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 부장검사는 "이런 사건의 경우 공안쪽에서 맡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안 검사들이 국정원에 파견가는 경우도 많고, 긴밀하게 작업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공안 파트에서 국정원의 내부 시스템과 조직 특성을 잘 아는 만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안부 모 검사는 "국정원을 잘 알기 때문에 수사를 맡는 것이 적합할 수 있고, 오히려 잘 알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간부들과 서울중앙지검 산하 차장들은 우선 고발장을 검토하고 내부 논의를 벌여 사건 배당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부와 첨단범죄수사부, 특수부와 공안부 등이 조합돼 새로운 수사팀이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적 의혹이 큰 상황임에도 검찰에서는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시간을 끌며 사건 배당을 신중히 결정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이 접수됐어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형사법상의 문제가 없으면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고발장 내용을 좀 더 신중히 검토해보고 사건 배당이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현재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많지만 특정된 피해자가 없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건 배당도 이런 점을 감안해 논의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접수된 고발장에는 국정원이 해킹에 주로 쓰이는 스파이웨어를 중개업체 나나테크를 통해 이탈리아의 제작사 '해킹팀'으로부터 수입한 과정이 위법이며 이를 민간인 사찰에 활용한 의혹을 밝혀달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야당은 국정원이 인가받지 않은 해킹 소프트웨어를 도입·운용해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고, 업무방해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 프로그램의 구매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해외 및 북한 정보 수집용이나 실험 연구용으로만 쓰기 위해 도입했을 뿐 사찰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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