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의원은 21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치 재구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온건하고 합리적이고 건전한 진보세력이라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전날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혁신 방향이 맞는다고 판단하면 함께 할 수 있다"며 천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한데 대한 답으로, 천 의원의 '정권교체를 위한 전국적인 개혁정당'에 정의당과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천 의원은 이어 "새로운 세력이나 정당을 만들려면 새로운 비전, 새로운 인물, 새로운 주도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분명한 것은 새로운 인물없이 기성 정치인만으로 새로운 개혁정치 세력을 구성하기는 아무래도 미흡할 듯 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정치적 '접점'을 거대 양당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으로 보고 있다.
천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양대 정당이 지배하는 과점체제도 한국 정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실질적인 다당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이 문제를 푸는 답"이라며 "유능하며 개혁적인 정치세력이 등장해 양대 정당의 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서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정당 간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심 대표도 당선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의회 권력과 2017년 정권 교체의 교두보가 되겠다"며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또는 최소한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문제를 다른 정당에 강력하게 촉구하겠다"고 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구 의원 수만큼 비례대표 의원을 뽑고, 전체 의석 배분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하는 방식이다.
소수 정치세력인 천 의원과 심 대표에게는 의석을 확보하고 정치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필요한 정치 개혁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천 의원이 그간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에 대한 뜻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이러한 몇몇 지점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부분이 있다면 연대도 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소수정당으로서 외연을 넓히려는 정의당으로서는 호남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천 의원과의 연대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높이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천 의원이 가장 현실적인 카드란 분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천 의원들을 돕던 이들은 이제 '과거'다. 천 의원이 스스로 국민적 전국 개혁정당을 이야기했는데 '과거 대 미래' 프레임에서 정의당과 논의하는 것은 충분히 좋은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일 구체적으로 정의당과 천 의원의 연대가 논의된다면 파급력이 셀 것이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감이 높은 호남은 굉장히 갈등을 겪을 것이고, 결국 이후 새정치연합과의 야권 통합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