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나'에서 벗어나 '너'와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길을 일러 주고 싶은 부모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선뜻 극장에 가기가 꺼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은 또래끼리 극장을 찾는 청소년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로 꼽히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그 대안으로서 적합해 보인다. 청소년들의 내밀한 생각들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삶에 대한 뚜렷한 성찰을 담은 전 세계 41개국 188편의 성장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까닭이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서울청소년영화제는 다음달 5일 서울 신촌에 있는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개막식을 갖고, 12일까지 8일 동안 필름포럼 등 신촌 일대 상영관에서 초청작을 상영한다.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1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공식기자회견에서 김종현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에는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이 미래를 고민하고 꿈 꿀 수 있도록 돕는 주옥 같은 작품들이 초청됐다"며 "영화는 미래세대가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공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미래 세대가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우리 영화제를 통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청소년영화제는 관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섹션명을 간소화하고 관객들을 연령별로 구분했다.
'키즈아이'는 만 4세부터 12세 어린이 관객을 위한 섹션으로 어린이들의 동심과 상상력을 다룬 작품들을 소개하며, 만 13세부터 18세 청소년관객을 위한 섹션인 '틴즈아이'는 청소년들의 문제와 사랑 등 그들의 고민을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 '스트롱아이'는 19세 이상 성인관객을 위한 섹션으로 어린이나 청소년의 성장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어른들이 보고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김 프로그래머는 특히 "올해 특별전 가운데 '한국다큐멘터리 - 가족, 세대, 소통'에서는 가족과 세대 문제에 대한 뛰어난 통찰을 보여 주는 한국의 다큐멘터리들을 재조명해 본다"며 "최근 사적이고 진솔한 다큐멘터리가 여러 편 만들어져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데, 주제에 대해 깊은 성찰을 담은 이들 다큐멘터리를 통해 부모와 청소년들이 함께 공감하며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청소년영화제는 기존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시 등으로부터 지원받던 예산이 끊기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종현 위원장은 "17년간 우리 영화제를 지켜 오고 거쳐갔던 분들의 수고로 여기까지 온 만큼, 남은 한 달여 동안 영화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서울청소년영화제가 미래 세대의 놀이터가 되고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발판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누구라도 나서서 이 영화제를 지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