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에서 19대 국회 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표결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회법 개정안 재의와 관련한 질의와 토론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거부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재의를 요구하고 국회는 본회의장에서 소신 표결을 하면 되는 문제였다"면서 "대통령께서 고도의 개입행위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에 대해 "국회법의 위헌 여부가 큰 쟁점이 됐고, 이대로 집행되면 행정입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우려의 말씀을 하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께서 위헌이라 해 재의요구를 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국회를 업신여기고 신하처럼 여겼다. 이는 절대군주제에서 가능한 것이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 총리는 지난 1998년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과거에 제출된 법안에는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행정부에 처리 의무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점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은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결을 거부한다면 개개인이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본재이유를 거부하고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것이며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애초에 위헌적인 시행령이 없었다면 개정의 필요성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반성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면서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304명의 국민들이 바다에 수장되는 기가 막힌 일을 당했다"면서 시행령 문제로 세월호 참사 원인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도 새누리당의 불참을 비판하면서 "표결에 불참해 재의를 무산시킨다면 이는 다수당의 횡포다.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이라면서 표결 참여를 독려했다.
반면, 유일하게 반대 토론에 나선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여당은 강제성이 없다, 야당은 강제성이 있다고 말한다. 국회의장은 강제성이 약간 있다 이렇게 말한다"며 "한 법안을 가지고 이렇게 해석이 다른데 이를 국민들에게 넘겼을 때 국민들은 어떤 걸 선택해야 하나"라고 말하며 개정안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또한 "이전에도 국회법에 대한 논의가 계속 있었다"며 "그때마다 위헌 요소가 있다고 해 모든 선후배 의원들이 이 부분을 끝내 반영하지 않았다"고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야당의 요구로 54분동안 표결이 진행됐지만 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재확인한대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재의결 시도를 무력화시켰다.
160석으로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재적의원 과반이 투표해야하는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정의화 의장은 표결을 마감하면서 "상식적으로 판단하건대 더이상 기다려도 재적의원 과반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따라서 의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미달하기 때문에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표결은 총 298석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두언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23명 등 모두 130명만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