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비공개 때문에 로스쿨 간판보고 채용
-면접봐도 집안배경, 고스펙이 당락 좌우
-변시 1기 판사, 여성 비율 급격히 줄어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강신업 (대한변협 공보이사)
어제 헌법 재판소에서는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한 지금의 변호사시험법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로스쿨 졸업생들이 응시하는 변호사 시험 성적이 공개가 안 되면서 로스쿨 출신 법조인 영역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었습니다. 이번 헌재의 판단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대한변호사협회 강신업 공보이사를 통해 들어봅니다. 이사님, 안녕하세요.
◆ 강신업>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는 위헌이다’라는 결정을 했는데. 이번 결정,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 강신업> 이 위헌 결정에 의해서 청구인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결국은 시험을 본 합격자라든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사람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시험성적을 알게 되고 또 법무부는 점수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되는 것입니다.
◇ 박재홍> 그러면 지금까지 합격, 불합격 여부만 알 수 있었던 건가요?
◆ 강신업> 네. 변호사 시험법 제18조를 보면 ‘시험의 성적은 그 시험에 응시한 사람을 포함해서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정해놨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지금까지 시험성적이 공개가 안 됐기 때문에 어떤 문제들이 발생했었습니까?
◆ 강신업> 원래 공개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만약에 성적공개를 하게 되면 대학의 서열화라든지 대학 간의 과다경쟁을 유발하게 된다는 취지였는데요. 오히려 성적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공부를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어느 대학 로스쿨을 나왔는가가 채용에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 되게 되었습니다. 시험성적을 모르니까 학벌이라든가 집안 배경이라든가 소위 스펙이라고 하는 것들이 판사나 검사 같은 법조인 선발, 나아가서 대형 로펌의 법조인 선발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결국은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용과 선발 과정에서 객관적 기준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던 것입니다.
◆ 강신업> 그렇게 보고 있고, 또 그렇게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죠.
◇ 박재홍> 그런데 법관이나 로펌 채용 시에 로스쿨 간판만 보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면접이라는 장치를 도입했지 않습니까? 그럼 이러한 면접장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고 보시는 건가요?
◆ 강신업> 도움이 안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간에 판검사를 선발할 때나 고위공무원을 선발할 때 그 성적만이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하지만 성적을 제외한 어떤 다른 기준이라고 하는 것들은 때로는 객관적 기준으로써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방대 로스쿨을 나왔다고 했을 때는 면접에 갔을 때 아무래도 성적이 아닌 다른 기준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은 그래도 역시 성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죠.
◇ 박재홍> 그런데 사시 출신의 경우 학벌이 취업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가요? 사시 출신들은 성적이 공개되기 때문에요?
◆ 강신업> 사실은 사법시험을 보게 되면 그 사법시험 성적이 공개가 됩니다. 그리고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게 되면 또 사법연수원 성적이 공개가 되고요. 그래서 사법시험 성적과 사법연수원 성적을 같이 판단을 해서 결국은 판사라든지 검사를 선발하는 거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 왔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실제로 점수공개가 안 되면서 소위 ‘백’이 없는 특정 집단이 불이익을 받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까?
◆ 강신업> 저희들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체제에서는 여성들이 아주 두각을 나타내서 과반수 이상이 판검사로 채용이 됐습니다. 널리 알려진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에 변호사시험 1기 출신을 판사로 임용을 했는데요. 그중에서 여성들의 비율이 아주 현격히 낮고 남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와 같이 짧은 시간에 그렇게 비율이 현격히 바뀔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즉 성적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면접으로 뽑을 때에는 아무래도 어떤 집단이 불이익을 받지 않겠는가 싶고요.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여성이 혹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지방대학 로스쿨을 나왔다든가, 아니면 스펙이 없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고요.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실제 로스쿨 입학부터 대형로펌에 입사하는 과정이 이른바 상류층 출신들이 유리한 조건이라고 판단하시는 건가요?
◆ 강신업> 지금 ‘현대판 음서제’라고 하는 비난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지금 전수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고위공무원이라든가 고위 법조인들같이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자제가 실제로 로스쿨에 많이 들어가고 있지 않느냐라는 그런 말들이 있고요. 이렇게 되면 돈 있고 백 있는 사람들이 로스쿨에 들어가서 판검사를 하든 변호사를 하든 그것과 상관없이 변호사 자격을 하나 딴 뒤 그걸 가지고 정계로 나간다든가 경영을 한다든가, 하나의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로스쿨이 현재 상태에서는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체제에 비해서 문제가 있지 않냐고 의심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 박재홍> 그와 관련해서 서울대 이재협 교수 연구팀이 조사를 했는데요. 서울대 연구팀 조사를 보면 법률가 부모의 배경이 의사, 변호사 등 소위 전문직인 경우, 그러니까 ‘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로스쿨 출신이 18.5%, 사법연수원 출신이 16.7%였거든요. 그러면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거 아닌가요?
◆ 강신업> 이게 가면 갈수록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왜 별 차이가 안 나타났냐면 어차피 사법고시를 공부하던 사람들이 로스쿨을 갔습니다. 로스쿨 1기, 2기에서는 그게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의 문제를 말씀드리는 거죠. 헌재가 다행히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하고 변호사시험법의 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킴으로써 이제 앞으로 내가 가진 태생적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변호사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자기가 판사가 될 수도 있고 나아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위헌결정이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박재홍> 따라서 ‘이번 헌재의 결정이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시험성적 공개 판단이 의미 있었다’라는 지적이시군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강신업>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대한변협의 강신업 공보이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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