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걸린 73명의 환자 가운데 절반은 어떤 통제도 받지 않았다. 환자이송 직원은 첫 발열증세가 나타난 뒤에도 9일간이나 환자를 실어 날랐지만 격리조치가 안됐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6월 7일 첫 긴급기자회견에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 의료진 등이 893명"이라고 밝혔다. 의료진과 직원 207명, 환자 508명 등이다.
송 원장은 "의료진과 직원 207명에 대해 전원 근무제한 및 자택 격리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또 노출된 환자 508명도 병실 격리나 자택 격리돼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병원은 5/29일 응급실 소독 이후부터 적어도 6/7일까지 상당수의 환자들을 격리병동에 수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송 원장의 격리조치 발표에도 불구하고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전파는 그 이후 정점으로 치달았다. 정부와 삼성병원은 5월 30일 14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잠복기 14일째가 되는 6/12 메르스 사태가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는 허망에 지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을까?
보건복지부의 봐주기 또는 삼성병원과의 유착 의혹을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삼성은 어떻게 국가방역업무의 핵심인 '격리조치'를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었을까? 보건복지부의 '봐주기'인가 아니면 '행정 편의제공'인가? 아무리 행정 편의주의라해도 국가방역업무의 핵심인 격리조치를 "그래 너희들이(삼성서울병원)자체적으로 알아서 해라"라고 용인해 줄 수 있는 것인가? 풀어야 할 의혹이 너무 많다.
세월호 사고 초기 승객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목표해경 123정장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손상 혐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있다.
삼섬병원의 이번 사태도 고의적인 직무유기나 방조가 없었는지 메르스 확산이 멈추면 반드시 풀어야 할 의혹이다.
◇ 삼성서울병원이 격리조치를 할 권한 있는가?…복지부는 뭐했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2차 유행은 삼성병원 자체적인 부실관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도 억울하다고 주장 할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14번 환자 동선(평택성모병원)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치명적 잘못이다.
송 원장은 7일 긴급기자회견에서 "노출된 환자를 병실 격리나 자택 격리하고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감염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감염병 유행에 대한 방역 조치 권한을 보건복지부장관과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 단체장에게 주고 있다. 행정기관만이 교통차단(병원폐쇄)이나 입원. 격리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격리자는 행정기관으로부터 격리대상자로 지정돼야 국가로부터 긴급생활비도 지원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은 6월 7일 자체적으로 격리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행정권한이 행사된 게 아니고 자체적인 격리 조치로 해석된다. 물론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복지부에 자체 격리 조치 내용을 통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 복지부는 지금까지 설명이 없다)
어쨌든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서울병원만이 이런 '특권'을 유일하게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메디힐 병원 격리조치와 봉쇄는 서울시장 요청에 따라 양천구청장이 내렸다)
문제는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이 자체격리를 취한 사실을 통보 받고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도대체 자체 격리조치라는 편의만 제공한 것인가?
6월 7일까지 800여명을 격리하는 '매우 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지 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복지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7일 삼성병원이 기자회견을 할때까지 국민들에게 '심각성'을 알리지 않고 D병원이라고만 했다.
보건복지부는 또 6월 7일까지 삼성병원의 격리자 수를 '집계 대상자'에서 뺐다. 순수하게 삼성서울병원의 자체 집계로만 남겨 놓은 것이다.
이런 통계라면 격리자 수 집계가 의미 없는 짓거리였다.
특히 삼성병원 자체 격리조치는 구멍이 숭숭 뚫렸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73명의 환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격리자에서 배제된 사실이 반증한다.
삼성서울병원의 격리와 병원 부분폐쇄는 모두 자체적 조치로 보인다. 법상 복지부 장관이나 시도 구청장의 행정권한으로 내려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특권'이 어떻게 가능했고 왜 자체격리를 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삼성병원이 자체격리를 실시하도록 한 권한을 누가 행사했는지도 쟁점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대형병원 중 하나이자 유명병원인 삼성병원이 자체 격리에 돌입한 상황이라면 누가봐도 '위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질병본부장이 자체격리를 하도록 승인한 건지 아니면 보건 복지부 장관이 승인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에서 복지부는 자체격리를 용인하고 왜 그냥 바라만 본걸까? 이는 앞으로 책임 규명을 위해 반드시 따져야 할 부분이다. 메르스 초기 대처과정에서 '상황 판단의 실패자가 누구인지'가 밝혀져야 한다.
또 5월 30일부터 6월 6일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환자 외에도 의사인 35번환자와 62번 환자까지 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62번 환자가 확진자라고 6월 7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라는 사실을 숨겼다. 단순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체류했다"고 발표했다.
왜 그렇게 판단한 것일까? 자체적으로 '진압'이 가능하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관료들에 의해 '삼성병원 봐주기'가 진행된 것인지 이 대목도 따져야 할 부분이다.
이와관련 중앙메르스 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삼성서울병원이 감염내과 전문의여서 병원 내에서 직원, 의사, 간호사, 환자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파악을 해서 관리했을 것으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직무유기성' 발언이다.
감염예방법은 격리조치를 국가와 행정기관장이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격리를 용인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럴 줄 몰랐다"며 무능이라고 버틴다면 할 말이 없다.
정부는 메르스 초동 대처는 물론이고 수습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드러냈다. 이로인해 16일 현재 메르스 환자는 154명이고 사망자는 19명이다.
전염병 관리 체제의 핵심인 '국가 방역권'을 감염병이 돌고 있는 병원에게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삼성병원이 아무리 뛰어난 병원이라해도 그렇다.
엄연한 법상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감염병예방법을 무력화시킨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방역권한을 왜 민간병원에 넘겨주고 무엇을 감독했는 지 메르스 사태를 매듭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감사원 감사와 수사기관의 수사가 꼭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