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여객선 경쟁력 강화 '경쟁체제 도입'… 유명무실 지적

[연안 여객선의 노후화 실태 ⑥] '노후화된 연안 여객선, 제2의 세월호가 우려된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연안 여객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쟁체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해운법을 개정했는데, 이는 갈수록 열악해지는 연안 여객선의 현실을 외면한 것으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후화된 연안 여객선, 제2의 세월호가 우려된다' 기획보도. 제6편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부의 연안 여객선 경쟁체제 도입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 정박한 연안여객선 모습(전남CBS 박형주 기자)
정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여객선의 관리 감독과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운법을 개정해 7월 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를 보면 연안 항로에 경쟁체계를 도입해 대기업 등의 진입장벽을 허물겠다는 의지가 눈에 띈다.

지금까지는 '수송 수용률'이라고 해서 기존 업체가 일정 수익 이상을 올리지 못하는 항로일 경우 다른 업체가 진입할 수 없도록 제한해왔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기존 업체의 기득권을 인정해 선박의 노후화를 부추기고 승객에 대한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운법 개정으로 이같은 진입장벽을 없애고 일정 조건만 갖추면 같은 항로에 다른 선사가 진출할 수 있도록 개방할 방침이다.

정부는 해운법 개정으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연안 항로에 진출하게 되면 연안 항로의 영세성과 여객선 노후화 문제 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연안해운과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 뿐만 아니라 새로운 능력있는 사업자가 신규로 진입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여객선의 안전성과 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폐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쟁체계 도입이 연안 여객선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어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안 여객선 업계에 따르면 전남지역에서 연안 여객선 93척이 운항 중인 항로 가운데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며 뛰어들만한 항로는 그리 많지 않다.

전체 93척 가운데 75척이 섬 주민들의 해상 교통수단인 차도선이나 카페리 등이며, 관광지에 주로 투입되는 이른바 '돈이 되는' 항로의 쾌속선은 통틀어 10척에 그친다.

그나마 10척의 쾌속선 가운데 8척이 목포~신안 홍도 노선에 투입된다.

이 노선마저도 ㈜동양고속훼리와 ㈜남해고속이 시장을 양분하면서 제3의 업체가 신규 진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

설사 다음달 해운법 개정으로 제3의 업체가 목포~신안 홍도 노선에 뛰어들더라도 기존의 파이를 나눠먹는 상황에 불과해 오히려 과도한 경쟁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와 정비 소홀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돈이 되는' 홍도 노선마저 이런 상황인데, 다른 대부분의 연안 항로는 경쟁업체가 아예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나더라도 '정해진 파이 나눠먹기'에 불과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섬 주민들이 줄면서 연안 항로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져 과연 정부가 기대하는 항로 내 경쟁구도가 형성될지 비관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션호프해운㈜ 홍대영 이사는 "실질적으로 여객선 사업이 수익이 나면 대기업이 벌써 안들어왔겠는가? 365일 가운데 150일이 날씨나 정비 등으로 휴항이다. 운항 횟수로 수익률을 따져도 거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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