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극한의 상황에서 킴이 보여 주는 말과 몸짓은 지난해 4월16일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와 겹쳐지면서 의미 있는 울림을 전한다.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北京)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한국 기자단을 상대로 열린 샌 안드레아스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연출자 브래드 페이튼 감독에게 '이 장면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
"그 장면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오래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뗀 감독은 "우리 모두 영웅적인 일을 할 수 있고, 크든 작든 선행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만들 수 있던 장면"이라며 "그러한 점을 할리우드 영화로 끌어들이고 싶었고, 그래서 그 장면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답했다.
이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기보다는 이타적이라고 본다"며 "사람은 누구나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에서 앞서 언급한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면서도 중요한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캘리포니아주의 1000㎞를 가로지르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대'에서 발생한, 규모 9.6의 역사상 가장 강한 지진이 미국 서부를 뒤흔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일반 재난영화는 사건을 먼 거리에서 보는데, 대부분 '대통령 같은 특별한 인물이 어떤 결정을 내림으로써 재난을 극복하는가'라는 데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된다"며 "샌 안드레아스는 관중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여 배우들이 느끼는 감정과 두려움에 공감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재난영화는 스케일이나 영웅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까운 감정, 교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우리 영화는 규모 큰 재난영화이면서도 가족이라는 개인적인 울타리 안에서 서로 교감하며 갈등을 풀어가는 깊은 감정선이 있다"고 설명했다.
샌 안드레아스를 보면서 한국의 재난영화 '해운대'(2009)를 떠올릴 관객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브래드 페이튼 감독은 '해운대를 봤냐'는 물음에 "그러한 영화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쉽게도 볼 기회가 없었다"고 답했다.
감독은 "샌 안드레아스를 만드는 데 참고한 영화는 없고, 기획 단계에서는 다른 영화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영화 보기를 끊었다"면서도 "다만 최고의 재난영화로 꼽을 수 있는 '타이타닉'(1997)과 독특한 SF 영화 '칠드런 오브 맨'(2006, 모든 인류가 불임에 처한다는 내용) 두 편을 봤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샌 안드레아스는 사람들의 인내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지진을 피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진이 일어난 뒤 어떻게 대처하고 서로 돕고 참고 견디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지를 부각시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