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방역'에 구멍 숭숭…'격리자 폭증' 불가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높은 의심자가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28일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이 관리해야 할 접촉자 그룹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일 최초 환자가 발생한 직후 당국이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설정한 '밀접 접촉자' 그룹은 64명 수준. 이후 매일 상황 변동에 따라 조정을 거쳐 이날 현재 자가 격리중인 인원은 73명이다.

그러나 그동안 여기에 포함돼있지 않던 F(71)씨가 여섯 번째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데다, 감염 가능성이 높은 H(44)씨 역시 이 그룹에서 빠져있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 검역 체계에 대한 우려는 한층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당초 64명의 자가 격리자를 선정해 지난 22일 발표할 때만 해도 "엑스레이를 찍은 기사나, 급식요원까지 다 포함시켰다"며 "상당히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잡았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F씨의 경우처럼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데다, 특히 H씨가 열흘 넘게 '관리 바깥'에서 방치되면서 앞으로 관리해야 할 인원도 급증하게 됐다.


당장 H씨가 지난 22일과 25일 방문한 의료기관 의료진 10명과 H씨의 아내가 추가로 자가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H씨와 중국 현지에서 함께 다니던 통역자의 경우 중국 보건당국에서 조사 및 관찰중이다.

여기에 H씨가 지난 26일 중국으로 출국할 때 탔던 항공편의 탑승객 및 승무원 가운데도 상당수 이 그룹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미 귀국한 승무원 3명이 당장 격리 관찰에 들어갔다.

양 본부장은 "환자를 중심으로 앞뒤, 좌우로 3명씩을 기본으로 해서 28명을 '근접 탑승객'으로 정했다"며 "탑승객 전원은 166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국적기인 해당 항공편엔 내국인 80명, 외국인 78명, 승무원 8명이 타고 있었다.

당국은 또 H씨의 직장 동료 180명 가운데도 접촉자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자세한 파악에 나섰다. H씨가 A씨와 접촉 이후로도 열흘 넘게 정상출근한 걸 감안하면, 직장내 접촉자 역시 상당 숫자일 수밖에 없다.

당국은 또 최초환자인 A씨는 물론, 2차 감염 환자 6명과 접촉 가능한 전원을 원점부터 다시 면접 확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추가로 누락됐을 수 있는 접촉사례를 신고받기 위한 콜센터도 운영하기로 했지만 '뒷북 대응' 비판은 면하기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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