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선거가 아닌 몇 개 지역의 재보궐 선거에서는 지역구 특성에 맞는 후보의 경쟁력이 승패의 1차적인 요인이다. 새정치연합은 승리를 위한 후보 전략이 없었다. 이를 보완하는 당의 전략도 허공에 떠 있거나 헛발질이었다. 경제정당은 당의 방향이나 대권 후보의 메시지로 적절할 수도 있지만, 각 지역구 후보들의 장점과 무관한 구호였다.
갑자기 특별사면 책임 진실 공방이 나오면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초점이 흐려지게 하는 데는 야당이 자초한 면도 있다. 물론 특별사면 논란은 집권여당의 맞불 전략과 물타기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부적절한 대응이 논란을 확산시켰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인 특별사면 논란의 책임을 문재인 대표 등은 법무부나 사면 대상을 추천한 특정 정파에 돌렸다. 2013년 댓글 공방의 공세적 정국을 ‘NLL대화록’ 공방으로 전환시키면서 오히려 어려움을 자초했던 안타까운 정국 대응이 2년 뒤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야권 분열의 문제를 지적한다. 물론 ‘1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되면 당연히 표가 분산된 야당이 불리하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의 차이든 권력투쟁이든 여러 이유 때문에 야당이 반드시 단일 대오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당체제와 선거제도는 야권의 1당 독점을 보호하고 있다. 제1야당이 경쟁력있는 후보를 내세운다면 제3후보가 등장할 여지가 없다. 유력한 제3후보의 등장은 새정치민주연합과 후보의 경쟁력이 한계에 달하면서 자초한 것이다.
사실 분열 논란의 대상인 관악을의 경우 19대 총선에서는 오히려 제3후보인 김희철 후보가 28.5%를 득표해 이번 재보선에서 20.1%를 득표한 정동영 후보보다 훨씬 많이 득표했음에도 야당의 이상규 후보는 당선됐다. 새정치연합의 패배를 분열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일이다. 광주의 경우 가장 높은 투표율이 보여주듯이 제3후보의 등장으로 오히려 경쟁적 민주주의를 촉진시켰다. 제1야당의 기득권 프레임으로 분열 탓만 할 게 아니다. 야당의 경쟁력 강화와 이를 위한 혁신이 과제이다. 제1야당의 기득권 해체를 포함한 야권 재편이 없이는 경쟁력있는 대안 야당 체제로 혁신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