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 회장이 자신의 최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였던 이용기씨에게 지시를 해 증거물들이 인멸 혹은 은닉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성 전 회장이 '2차 압수수색이 들어올 것 같으니 정리할 것은 정리하라'고 지시해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치권에 금품제공 정황이 담긴 비밀 장부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경남기업을 최초로 압수수색했던 지난 달 18일을 전후해 증거인멸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상무의 변호인은 "1차 압수수색이 있었고 2차가 들어올 것 같으니 '정리할 것은 정리해라' 하면 밑에서 알아서 정리하는 것"이라며 "1차 압수수색하고 2차 들어오기 전에 (성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달 18일 경남기업 등을 압수수색했고,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숨진 지 6일 만인 지난 15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남기업 등에 대한 1차 압수수색 뒤 성 전 회장이 추가 압수수색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검찰이 1차 압수수색을 통해 중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성 전 회장이 인멸 또는 은닉을 지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변호인은 그러나 비자금 장부에 대해서는 "정말 핵심이라 하면 대학노트 한 권 이런 걸 텐데 그런 걸 트럭 동원해서 빼내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압수수색을 통해 비자금 장부가 드러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수사팀은 이날 밤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통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박 전 상무를 상대로 구체적인 경위를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와 함께 전날 밤 박 전 상무와 같은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수사팀은 증거인멸 의혹을 확인하는 과정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며 수사의 가닥이 점차 잡혀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우리가 찾는 증거가) 이미 폐기된 증거인지 아니면 은닉돼 있는 것인지 또는 그 증거가 원래 없었던 것인지 아직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증거인멸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덧붙여 인멸이나 은닉 또는 애초부터 없었을 가능성 중에서 점차 가닥을 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