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중남미 순방차 출국하기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고 김무성 대표가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 김무성 대표는 이완구 총리의 거취문제와 성완종 리스트 문제를 둘러싸고 당내외에서 분출되는 요구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당내외에서 분출되는 요구라 함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요구와 특검 실시요구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등 여권으로서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야를 망라하고 두루 깊은 관계를 가져온 만큼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8명에 대한 수사 외에 범위를 더 확대함으로써 여권으로 쏠리는 국민적 비판의 예봉을 일단 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검찰수사를 우선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히 새누리당이 친박 비리게이트의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된다"면서 "물귀신, 물타기 작전으로 논점을 흐리는 정쟁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새누리당에서 운을 떼고 박근혜 대통령이 수용의사를 밝힌 특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집권세력과 연루된 권력형 비리사건이 발생할 경우 여당에서는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시간끌기에 나서고 야당에서는 검찰수사를 믿을 수 없으니 특검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기존의 패턴과는 전혀 다른 형국이다.
이렇게 여야의 스텐스가 바뀐 이유는 바로 내년 4월 13일에 치러지는 20대 총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검찰수사로 최소한 한두달 끌고 특검을 도입해 1차 수사기간 6개월에 추가 3개월을 더할 경우 내년 총선시기까지 '비리정권 심판'이라는 이슈를 계속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으로서는 이와 같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스케줄에 끌려가기보다는 서둘러 특검을 가동할 경우 내년 총선전에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어차피 검찰수사에 이어 특검까지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면서 "준비만 잘할 경우 특검수사도 (총선전에) 빨리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간표 문제와는 별개로 상설특검이냐 아니면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 것이냐를 두고도 여야의 시각차는 존재한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주도해 만들어진 상설특검법에 따라 이번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반적인 상설특검법에 따라 수사하기에는 이번 사건의 덩치가 너무 크다며 '더 특별한 특검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에서는 기존의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되 야당에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