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정작 리퍼트 대사는 괜찮다는데…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보수단체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옆에서 마크 리퍼트 미 대사 쾌유와 미 대사를 피습한 우리마당 김기종 대표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이 지난 주 큰 뉴스거리였습니다.

가장 충직한 우방국가인데다 치안도 비교적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미국 대사가 공격을 당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미국에서는 우려할 만한 사건이라는 논평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 사건의 배후나 테러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피해당사자인 리퍼트 대사 역시 조용히 본국의 지침에 따르는 모습입니다. 외교적 수사인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자신을 걱정해주는 한국민들의 따뜻한 호의의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정작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테러가 아니냐는 논쟁이 그것입니다. 이 논쟁은 이제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진태의원이 CBS에 출연해 ‘종북세력에 의한 테러사건’이라고 주장하자,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미국에서도 단순 폭력사태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지나친 종북몰이’라며 반박했습니다.

테러의 사전적인 정의는 ‘특정목적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가 다양한 방법의 폭력을 행사하여 사회적 공포상태를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진보성향을 가진 쪽에서는 김기종씨의 행위가 테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쪽에서는 ‘종북세력에 의한 테러’라고 언성을 높입니다.

하지만 사전적인 의미만을 놓고 따져본다면 김씨의 행동은 ‘테러’임이 분명합니다.


김씨에게 어떤 위해를 가한적도 없고, 원한을 가질만한 개인적 관계도 없는 미국 대사에게 전쟁준비를 위한 군사훈련을 하지말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폭력을 휘둘렀는데, 이런 행위가 테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만 김씨가 배후의 어떤 세력에게 지시를 받거나, 그 세력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이번 사건을 저질렀는지는 좀 더 확인해야 할 문제입니다.

결국 진보, 보수 모두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 사건을 해석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씨는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전력이 있고, 진보적인 사회운동을 해 온 만큼,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종북’이라는 주홍글씨를 그의 이마에 새기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경찰의 수사도 그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뭔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리퍼트 대사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애정‘입니다.

어떤 기독교 단체에서는 그의 쾌유를 빈다며 난타공연을 하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부채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괴할뿐더러 기독교 단체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리퍼트 대사를 신격화하는 듯 한 느낌이 들고, 그렇다면 우상숭배를 금하고 있는 기독교의 교리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개고기를 가져다 주는 노인은 오히려 호의로 볼 만하지만, 병원 앞에서 쾌유를 빈다며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은 좀 과한 것 아닌 가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유력 정치인의 줄 이은 병문안도 다른 나라 대사였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 지 궁금합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얼마 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이 한중일 3국간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일본의 입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 외교부의 반응과 대응은 어떠했던가요?

그리고 지금 리퍼트 대사의 피습사건을 대하는 외교부의 움직임은 어떻게 달라진 걸까요? 정작 리퍼트 대사는 괜찮다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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