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8일 새벽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쿠알라룸푸르공항을 떠나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가던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이 실종된 지 1년을 맞아 탑승객 가족들의 속은 더 타들어만 갔다.
수색 당국은 이 여객기가 인도양 남부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잔해 한 조각도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로 아무런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G. 수브라마니암(61) 씨는 이 여객기에 탄 외동아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는 8일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이 비극이 닥치기 전에 우리 집을 정기적으로 찾던 한 이웃이 발길을 끊었다"면서 "우리가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에게 옮겨갈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종자 가족들이 고통을 겪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전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에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한 곳곳에서 시민들이 참석한 촛불 추모 행사가 열렸다. 실종 승객과 승무원 가족들은 이런 대외 행사에 참석하기보다는 조용히 각자 애도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여객기 탑승객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 중국인의 일부 가족들은 중국에서 애도 행사를 열고 사고 규명을 요구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실종과 관련,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활용해 정보 공유와 진실규명 활동을 벌이는 단체인 '진실을 향한 외침'은 생존자가 없다고 판단한 말레이시아 당국을 비판하며 "명확한 추락 증거와 위치를 찾을 때까지 희망을 접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융리(64) 씨는 독일 dpa통신에 아들이 탑승한 MH370편의 실종 이후 관련 소식과 행사를 고통스럽게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탑승객들이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7일 성명을 통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실종 여객기 수색작업을 계속 지원하면서 유사 사고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종 여객기의 행적은 물론 사고 원인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조정사 또는 러시아에 의한 납치설 등 각종 시나리오가 떠돌면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우 티옹 라이 말레이시아 교통장관은 MH370편 실종 1년 기자간담회에서 수색작업을 조심스럽게 낙관하면서도 "5월 말까지 실종 여객기를 찾지 못하면 원점으로 되돌아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지난 5일 "지금과 같은 강도의 수색작업을 영원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고 미스터리를 밝히기 위해 온갖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민항청이 지난 1월 MH370편 실종을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숨진 '사고'로 선언함에 따라 시신 없는 사망자에 대한 보상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항공의 아흐마드 자우하리 야흐야 최고경영자(CEO)는 말레이시아 베르나마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가능한 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