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친노'를 당 핵심에…무늬만 탕평?

문재인 대표(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표가 달라졌다.’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운동 기간이나 당 대표가 된 이후 정치적 행보와 당직 인사를 보면서 과거의 문재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친노, 비노를 가릴 것 없이 문재인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때의 계파적이고 편협했던 이미지를 많이 탈각하고 있다는 긍정론이 우세했다.

전당대회라는 컨벤션 효과와 ‘통큰 행보’에 힘입어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25%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확고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런 통합적 행보에 흠집으로 기록될 수 있는 인사를 단행했다.

당 사무처를 장악하는 자리에 범 친노와 핵심 친노 인사를 앉혔다.

양승조 사무총장은 정계를 은퇴한 손학규계로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지만 범 친노로 분류할 수 있고, 수석사무부총장에는 대표적 친노 인사인 김경협 의원을 임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대와 문제 제기에도 밀어붙였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 임명에 대해 "수석사무부총장은 수석최고위원이 지명하는 게 관례”라며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들은 다 빠졌다“고 반대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내가 추천한 인사가 아니어도 좋으니 친노 인사만은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수석사무부총장 인선은 대표의 권한이지만 꼭 김경협 의원을 시키겠다기에 여론이 안 좋을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고 말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의 전망처럼 수석사무부총장과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임명에 따른 당 내 여론이 좋지 않다.

비노 인사들은 문 대표가 그럴 줄 알았다거나 다른 자리는 몰라도 수석사무부총장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알았다는 반응이다.

한 의원은 “진정으로 탕평을 원하고 보여주고자 한다면 사무총장과 수석사무부총장을 비노나 안철수.김한길, 박지원계에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측근을 내세워 공천을 좌지우지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한 정치인은 “김경협 의원은 검찰의 출판기념회에 대한 수사로 일약 국회의원이 됐다”면서 “균형감이 없어 친노의 논리를 충실히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비노 인사들은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면서도 “말로만 탕평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무총장도 아닌 수석사무부총장 인사를 갖고 왜 그러냐고 반박할지 모르나 야당 당직 인선의 핵심 자리는 당 대표 비서실장도, 대변인도, 수석 원내부대표도 아닌 사무총장과 수석사무부총장이다.

2016년 총선 공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는 상황에서 두 자리는 공천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자리다.

당협위원장에 대한 평가와 교체를 주도하는 등의 조직과 예산, 공천의 밑그림, 경선 규정(룰)을 만드는 자리다.

총선 출마 대상자들을 상대로 경선 참여자를 결정할 때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곳이 당 사무처다.

사무총장과 수석사무부총장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질문을 바꿔가며 바라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또 가장 강력한 예비 후보를 경선 대상자에서 배제시켜버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새정치연합 서울 양천을 지역 경선 때 지역 여론이 가장 좋았던 김낙순 전 의원을 빼버렸다.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을 여당에 내줬다.

지난 2012년 공천 때 여당도 야당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했다.

당 대표와 사무총장, 사무부총장이 그런 일을 주도한다.

새정치연합 공감혁신위원장에서 쫓겨난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된 이후 사무부총장을 자신과 가까운 강래구 원외 당협위원장(대전동)을 임명한 것이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친노와 정세균계가 강래구 사무부총장 임명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강래구 위원장은 “그들은 임명 때부터 반대하더니 결국 나를 쫓아내기 위해 박영선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조직을 담당해 당협위원장들을 물갈이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박영선 공감혁신위원장이 강래구 위원장을 사무부총장을 시킨 게 각 계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 야권 인사는 “새정치연합의 친노그룹이 그 정도로 중요한 수석사무부총장을 친노가 아닌 비노 인사에게 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에게는 ‘불편한 진실’이다.

문재인 대표가 진심으로 친노 계파를 청산하겠다고 다짐했다면 계파색이 없거나 박지원계, 또는 김한길계를 임명했으면 친노 청산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았을 것이다.

문 대표는 지난해 12월 말 당 대표 출사를 던지면서 당 내에 다시는 친노라는 계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계파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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