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맞는 용산 쪽방촌 "서울역 쪽 쳐다보지도 않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정길 (용산구 쪽방촌 주민), 정수현 (쪽방상담소 소장),

지난달 통장 잔고 27원만 남긴 채 외롭게 세상을 떠난 한 노인의 이야기 기억하십니까?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에서 생활하던 독거노인이셨습니다. 이분이 생활했던 쪽방촌에는 지금도 1000여 분이 넘는 독거노인들이 생활고와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과 정이 담긴 이 설 명절. 정작 이분들께는 더 외롭고 힘겨운 시간이 되고 있는 것 아닌지,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쪽방촌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시는 김정길 어르신을 전화로 모셔보죠. 김정길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 김정길>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내일부터 설 연휴인데 누구 찾아올 분 있으신가요?

◆ 김정길> 없죠. 누가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그래요. 여기가 서울역하고는 가깝지만 서울역에서 시골 가는 그 모습을 보기 싫어서, 남산이나 공원에 앉아서 이야기나 하고 같이 나누고 있는 것이죠.

◇ 박재홍> 오히려 마음이 더 아프시니까.

◆ 김정길> 그렇죠.

◇ 박재홍> 서울역 근처에 가지도 않는다는 말씀인데.

◆ 김정길> 예, 안 갑니다.

◇ 박재홍> 쪽방촌 주민들끼리 서로 의지하시면서 명절도 보내시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마음을 터놓고 지내십니까?

◆ 김정길> 그 사람들이 상처를 많이 입어서 그런지 마음을 터놓지 않습니다. 마음문을 안 열어놔요. 남한테 얘기하기도 싫고.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 박재홍> 마음의 문을 닫고 사셨던 분들,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쪽방촌에 계시는 분들은.

◆ 김정길> 쪽방상담실에서 라면도 주고 쌀도 주고요. 봉사하는 분들이나 교회에서도 주곤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모습도 안 보이구요.. 또 마을에 어린이들이 없어요. 조그마한 애들이 없습니다. 얼굴 보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애들도 없으니까 사람들이 더 외롭게 우울하게 지내는 거죠. 아프면 그냥 말없이 가고... 그런 분들이 많아요.

◇ 박재홍> 쪽방촌에 월세를 내셔야 되는 거잖아요. 월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사실 수 있나요?

◆ 김정길> 주민들 전부 다 힘들죠. 콩나물 한 조각이라도 사더라도 그전에는 1000원이면 샀는데 지금은 1000원에 팔지를 않습니다. 돈이 팍팍하니까 생선이라도 사려면 감당을 못해요. 방세 내기도 바쁜데 못 내면 쫓겨나니까요. 이건 보증금이 없구요.

◇ 박재홍> 그렇게 힘들게 살고 계시네요.

◆ 김정길> 그렇죠. 그런데 이분들도 다 인간이고 사람 같이 잘 해요. 글자도 다 쓰고 배운 사람도 있구요.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뭐 사갖고 오지 말고 말주변이라도 해주면 우리 마을사람들이 오래 살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어요, 단체가 아니면.

◇ 박재홍> 개인적으로 말을 걸어주거나 똑같은 사람처럼 대우해 주는...

◆ 김정길> 우리 주민들이 그런 걸 굉장히 원하거든요. 그러면 이 분들은 자포자기 안하고 오래 살 것 같아요. 희망이 없잖아요. 누구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꼬리치는 짐승도 없구요. 굉장히 외롭죠, 나부터도 참 뭐라고 할까요.. '버림받고 소외된 인간은 쳐다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보는 것 같아요. 참 답답해하고, 사람을 굉장히 그리워하죠.

◇ 박재홍> 내일 설 명절이 시작이 됩니다. 올 설은 어떻게 보낼 계획이세요?

◆ 김정길> 여기 쪽방촌 상담소에 정수현 소장님이라고 있습니다. 그분이 우리들이 우울하게 사니까 노래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음식도 해주셔서요. 그리 우울하게 지내지는 않겠다, 그렇게 기대를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 박재홍> 상담소 분들과 함께 계획을 갖고 계시네요. 어르신, 아무쪼록 설 명절 즐겁게 잘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정말 잘 들었습니다.

◆ 김정길> 감사합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 박재홍>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르신. 감사합니다.

◇ 박재홍> 이번에는 외로운 쪽방촌 분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는 분이시죠. 쪽방 상담소의 정수현 소장을 연결하겠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정수현>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반갑습니다.

◆ 정수현> 반갑습니다.


◇ 박재홍> 어르신들이 소장님과 보낼 설 시간을 굉장히 기대하고 계시네요. 정말 귀한 일 하고 계신 것 같고. 일단 용산구 쪽방촌 어떤 마을인가요,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

◆ 정수현> 말 그대로 쪽방이라는 곳은 일반인들이 누웠을 때 양손이 벽에 닿을 정도로 작은 공간을 말을 하는데요. 3평이 채 안 되는 한,두평에서 생활하는 그런 방을 말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지금 이분들이 받으시는 기초생활수급자금이 40여 만원이라는 거 아닙니까?

◆ 정수현>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경우 49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받고 있는데요. 주거비가 15만원에서 25만원, 많게는 30만원까지 지출이 되고 있어서, 그 비용이 주거비로 다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지금까지 보시면서 이분들에게 제일 필요한 거 뭐라고 생각하세요?

◆ 정수현> 이분들께 가장 필요한 건 늘 혼자만 계셨기 때문에 가족분들의 관심인 거죠. 제가 아직 미혼이기는 하지만, 저희 주민분들이 저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거든요. 그 정도로 저희 주민분들은 어머님이나 가족들의 그리움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 박재홍> 어머니라고 불러요? 소장님은 연세가 젊으신 것 같은데, 65세 이상 분들도 어머니라고 부르시는 겁니까, 그러면?

◆ 정수현> 어머니라고 부르시면서 저를 많이 의지를 하고 계시죠.

◇ 박재홍> 그래요.. 사람이 그립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군요.

◆ 정수현> 맞습니다. 대부분 혼자 사시기 때문에 이웃분들과 대화를 하지 않으면 늘 혼자만 계셔야 되는 상황들이어서, 저희가 주민들과 외부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이웃분들과 함께 활동도 하면서 가족처럼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이번 설에 쪽방촌 분들과 함께 행사도 준비하신다고요.

◆ 정수현> 늘 주민분들이 휴일이나 이럴 때 많이 외롭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요. 설 명절 당일에 함께 하려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소장님도 집에 안 가시고요.

◆ 정수현> 네, 저희는 동자동 주민분들이 우선이기 때문에.

◇ 박재홍>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으니까요.

◆ 정수현> 같이 생활을 할 예정입니다.

◇ 박재홍> 너무 외로우시기 때문에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귀성길, 그러한 승객들을 보기도 민망하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시간들이 참 귀한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소장님, 설 잘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정수현> 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박재홍> 네, 고맙습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상담소의 정수현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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