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왜 박원순 시장을 배제시켰을까?

문체부는 '문화창조융합센터, 미래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따로국밥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서 출범 기념 점등판에 점등 톱니바퀴를 꽂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콘텐츠는 21세기 연금술"이라며 서울 상암동에서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을 가졌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빼놓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만 초대했다.

서울시는 이에대해 "'문화벨트'행사에 대해 정부로부터 어떤 사전 설명도 듣지 못했으며 왜 청와대가 박원순 시장을 초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면서도 "황당하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청와대 방침에 따라 CJ그룹과 함께 서울을 문화.한류부문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드는 구상을 추진해왔는데 청와대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11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손경식 CJ회장과 김종덕 문화체육부장관, 남경필 경기도 지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문화창조융합센터' 출범식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2,6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문화.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고양시.CJ가 주도하는 민간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일산에 10만평 규모의 한류 콘텐츠 제작 거점인 'K컬쳐 밸리'를 만들기로 했다.

서울 상암동의 CJ E&M센터에 입주한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콘텐츠 기획.개발을 주도하고 청계천과 홍릉에 조성될 문화.콘텐츠 시설과 연계해 한류문화를 키워나간다.


◇ 문체부는 '문화창조융합센터, 미래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따로국밥

문제는 청와대가 21세기 연금술이라는 문화콘텐츠 추진사업을 문화관광체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두부처로 나눠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국 17개 시도 지역을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참여한 '창조경제혁신센터'로 구축하겠다"며 "서울시는 CJ그룹과 협력해 문화관련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 것"이라고 보고했다.

대구는 삼성그룹 , 광주는 현대자동차그룹, 충북은 LG그룹, 충남은 한화그룹, 경기도는 KT 등과 연계해 새로운 미래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는 일환이다.

이에따라 서울시는 CJ그룹과 함께 문화.콘텐츠.한류산업을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어 오는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을 갖기로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를 해왔다.

그런데 청와대가 돌연 문화체육관광부를 동원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유사한 '문화벨트 센터'를 들고 나온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종민 기자)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창조융합센터 출범식 소식을 듣고 미래창조과학부에 문의를 해보니 '문화벨트는 문체부가 주도한 것이라며 자신들도 잘 모르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일산과 서울 청계천.홍릉 지역을 연계하는 사업이면 당연히 서울시와 업무협의를 사전에 가져야 했지만 우리는(서울시)는 관련된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특히 "문체부가 11일 발족시킨 '문화창조융합벨트'가 미래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똑같은 얘기를 포장만 달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역과 대기업의 1대 1 전담체계를 구축한 게 창조경제혁신센터라면 문화벨트와 센터는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분야별 64개 대표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CJ그룹 동원해 '같은 사업, 다른 이름' 중복투자 논란

그러나 CJ E&M 센터에 조성된 문화창조융합센터가 콘텐츠 기획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제작을 지원할 뿐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또 고양시에 CJ 주도의 민간 컨소시엄이 1조 원을 투자해 가칭 '케이 컬처 밸리'를 조성한다고 하지만 알맹이는 없고 겉만 번드르르한 내용이다.

이때문에 서울시가 CJ그룹과 함께 만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중복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CJ그룹이 서울시와 추진 중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청와대 대변인 언급과 달리 중복될 수 밖에 없으며 만약 중복되지 않는다면 CJ측 역할이 대폭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문화콘텐츠 산업을 따로따로 접근하면서 요즘 CJ그룹만 상종가를 치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청와대가 서울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시작부터 바람을 뺀 이유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의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서울시장을 벌써부터 견제하는 것 같다"며 "서울지역은 문화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삼을 수 밖에 없고 박 시장이 그 수혜를 가져가는 것을 청와대가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지사만 초대하고 박 시장을 제외시킨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거다.

이 관계자는 "한국 경제성장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류문화 산업 생태계를 집중해 키워야 하는데 이마져도 '정략적'으로 접근이 이뤄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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