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증세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복지정책의 후퇴로 가는 것은 시대 흐름에역행하는 것이고 우리 복지현실과도 맞지 않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대표가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들어 복지축소를 거론하는 것은 우리의 복지 수준이 과잉인 것처럼 잘못 인식시키는 견강부회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예산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국민이 1년간 낸 세금에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더한 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국민부담률)은 2013년에 30개국중 28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비율(10.4%)은 OECD 평균(21.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프랑스(31.9%)나 핀란드(31%)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굳이 이같은 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지난해 발생했던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은 우리 복지 수준과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복지정책의 과잉이라면 국민들이 복지혜택에 기대어 일을 하지 않아도 살수 있을 정도여서 일을 하려 하지 않는 풍조가 확산되는 것인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청년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그나마 얻게되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이어서 직장마다 젊은 '미생'들이 넘쳐난다.
직장에서 밀려난 조기 은퇴자들은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과당경쟁에 치여 몰락의 길을 걷고 결국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2012년 기준 48.5%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으며 노인 자살률 역시 인구 10만 명당 81.9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복지 혜택에 기대어 일을 하지 않고 나태해지는 것을 걱정하며 복지 축소를 거론하는 여당 대표의 복지에 대한 인식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복지과잉 때문이 아니라 일하려 해도 일자리가 없고 소비를 하고 싶어도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소득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해야 할 조세정책은 부유층과 기업에 유리하게 편중돼 있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이 잘되면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까지 돌아오게 된다는 낙수효과를 거론하며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낙수효과는 없었고 기업들의 유보금만 쌓이는 상황이 됐다.
법인세를 깎아줘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쌓이자 이제 와서 투자하지 않는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차라리 법인세를 제대로 환원하고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중산층의 몰락을 막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기업의 법인세 인하나 증세없는 복지를 외친 것에 대한 사과와 반성 위에서 복지정책이나 소득재분배 정책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앞으로 있게될 여야의 증세논의 과정에서는 복지정책이 후퇴하지 않고, 심화된 소득불균형 문제를 개선하는 조세정책이 제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