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인천 전자랜드-전주 KCC의 경기는 특히 이번 비디오 판독 확대의 의미가 컸다. 아직 시행된 지 3일째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올 시즌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기억될 만했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77-77, 팽팽하게 두 팀이 맞선 경기 종료 10초 전이었다. 전자랜드 주장 리카르도 포웰이 돌고래처럼 솟구쳐 KCC 하승진의 훅슛을 블록했다. 블록 순간 슛이 포물선의 정점을 찍고 내려온 것인지, 향하고 있던 것인지 판정하기 어려웠다.
만약 정상적인 블록이 된다면 전자랜드는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고, 골 텐딩이 된다면 KCC는 결정적인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종료 10초를 남긴 긴박한 상황이었다. 포웰은 코트 반대편으로 겅중겅중 뛰면서 정당한 수비였음을 시위하기도 했다.
심판진은 볼 데드를 선언한 뒤 곧바로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다. 수 차례 느린 화면이 재생됐다. 정말 애매한 장면이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골 텐딩과 블록으로 보일 만했다. 결국 판정은 포웰의 블록을 인정했다.
기사회생한 전자랜드는 이어진 KCC의 공격을 막아낸 뒤 종료 2초 전 벼락같은 속공으로 79-77, 극적 역전승을 일궈냈다. 리바운드를 잡은 포웰이 롱 패스를 찔렀고, 달리던 차바위가 결승점을 올렸다.
▲의미 있는 판정에 허재 감독 대범함 '화룡점정'
다소 세속적인 시각이긴 하나 이번 시즌 타이틀 스폰서인 KCC의 경기였다. 상대적으로 전자랜드는 모기업 사정으로 쉽지 않게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 판정에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전자랜드의 수비를 인정한 판정이 나왔고, 드라마 같은 명장면이 이뤄진 것이다. 만약 반대의 판정이 나왔다면 정당함을 떠나 찜찜함이 남을 수 있었다.
특히 이런 명승부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허재 KCC 감독의 대범한 인정이었다. 허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승부욕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인물. 때문에 감독이 돼서도 다혈질이 섞인 격렬한 판정 항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허 감독은 이날 판정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디오 판독을 정확하게 하는 것은 괜찮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명승부의 화룡점정이었다.
오심과 사심 없는 비디오 판독이 승부사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것이다. 이날 판정이 더욱 의미가 었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