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셀카봉과 드론택배…내 일자리를 빼앗다 ②뛰어봤자 GPS·스마트폰 안…‘유리감옥’ 속 우리 ③‘디지털 포식자’ 원격진료와 우버택시에 맞서 ④라디오DJ와 스마트오디오, 최후의 승자는? ⑤디지털 러다이트 달래는 디지털 하모니의 첫걸음 |
1979년 영국의 한 밴드가 음악으로 표현한 운명을 비켜온 라디오는, 스마트오디오 시대에도 건재할까.
스마트오디오는 전문가들이 만든 음악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 추천곡을 뽑아주거나 이용자의 행동패턴까지 분석해 맞춤형 선곡을 할 수 있게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내가 별점을 매긴 음악이 닮은꼴 취향의 다른 이용자에게 ‘뜻밖의 선물’이 되는 단계에 이르렀어도, “공감과 위로는 라디오의 여전한 힘”이라고 라디오PD들은 말한다.
CBS라디오 손근필 PD는 “자료조사와 선곡, 편집도 완전히 디지털화했지만 ‘첫눈 내리는 날, DJ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라고 청취자가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건 빅데이터가 할 수 없는 라디오만의 매력”이라고 단언했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그들도 크리스마스를 알까?’라는 곡을 고른다는 손 PD는 “아프리카를 돕자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선곡에 공감하는 누군가가 꼭 있기 마련”이라며 “라디오는 사람의 가슴팍에 닿는 방송”이라고 표현했다.
UN의 문서를 기반으로 했다는 ‘구글 번역’이 21세기 바벨탑에 도전하는 사이, ‘반역(反逆)’을 막는 건 여전히 통‧번역가들의 역할이다.
법률 전문 통번역을 7년째 해왔다는 지다연(37)씨는 “번역가도 절반은 작가”라면서 “단순한 내용 파악 목적이라면 기계 번역기가 도움을 주겠지만, 정확한 해석을 요구하고 읽기 쉬운 글로 옮기기 위해선 번역가의 손이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통번역연구소장 김한식 교수는 음식 육회(肉膾)를 ‘여섯 번’으로 잘못 번역한 기계번역 사례를 들며 “적어도 문학작품에서 정확한 표현을 찾거나 어법에 맞는 번역을 기계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함축성과 상징성 등이 담긴 시(詩)는 기계번역이 절대 불가능한 영역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기기가 오히려 아날로그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도 있다.
대부분의 명함관리 앱이 사진에 찍힌 명함 정보를 자동으로 배치하는 방식이지만, '리멤버 앱'은 명함 사진을 등록하면 업체 측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정보를 대신 입력해주는 방식이다.
최재호 대표이사는 “다양한 형태의 명함을 스마트폰이 100% 인식하지 못하다 보니 실제로는 이용자가 손으로 고쳐 등록을 마무리 한다"며 "타이피스트(수기 입력기사)들이 직접 입력을 하면 명함에 남긴 메모까지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어 개인 비서를 둔 것과 같다”고 말한다.
500여 명의 수기 입력기사를 두고 있다는 리멤버 측은 이용자가 3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 1년여 간 700만 장의 명함이 등록됐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술 혁신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직업의 부침 속에 '구조조정'을 빗겨간 아날로그 손맛은 아직 그 힘을 잃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