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연말정산) 시행과정에서 세제지원 등 세정차원에서 고칠 점이 있으면 앞으로 보완·발전시킬 것"이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 문창용 세제실장이 이날 비공식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간이세액표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달 월급봉투에서 떼 가는 소득세 원천징수액을 다시 늘려, 연말정산 때 많이 돌려주는 방안으로 돌아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 실장은 "지난 2012년 9월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많이 걷고 많이 환급받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환급받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를 변경했다"며 "특히 연봉 7천만원 이상 고소득 근로자의 경우는 올해 세액공제 방식으로의 전환과 맞물려 체감 세부담이 급작스럽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그러나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평균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5,500만원 이상~7,000만원 이하 소득자는 세부담이 평균 2~3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비나 의료비 공제, 부양가족 수 등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개인 편차는 발생할 수 있다.
세액공제 방식 변경으로 7,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일인당 평균 134만원 늘어나고, 이렇게 더 걷은 소득세는 저소득자에 대한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로금으로 흘러들어가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올해 연말정산에 따른 개별적인 세부담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간이세액표 개정과 소득세 추가 징수분 분납 등 보완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연말정산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준다'는 기조를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예측가능한 정책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할 세금 정책이 '조삼모사'식으로 바뀌면서 기재부를 비롯한 세정당국이 스스로 조세저항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3년 8월에는 연봉 3,450만원 근로자부터 세부담이 늘어나는 세법개정안을 내놨다가 5일 만에 이를 재검토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연말정산 직후 직장인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기재부가 간이세액표 재조정 검토 카드를 꺼냈다가 도로 거둬들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세금이 일관성이 없으면 성실 납세자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오히려 불성실 납세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