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절반이 미공인 선원'… 관계기관은 '눈뜬장님'

부산해양경비안전서가 제공한 오룡호 승선원 명부 (사진=부산CBS 송호재 기자)
사조 산업이 항만청의 공인도 받지 않은 외국인을 오룡호에 태우는 등 관련법을 철저히 무시한 채 항해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기관에 출항 선원 수를 제멋대로 신고했지만, 해당 기관은 이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지난 3월 오룡호의 첫 출항 때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서 공인한 오룡호의 선원은 모두 50명.

공인 대상이 아닌 러시아 감독관을 빼더라도 오룡호 사고 당시 사측이 발표한 선원 수 60명보다 9명이 적다.

3월 첫 출항 뒤 7월까지 최소한 9명의 선원이 해양항만청의 공인도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바다에서 조업했다는 정황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선원의 절반이 공인을 받지 않은 불법 선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사인 사조산업 측은 공인을 받은 외국인 선원 대신 미공인 외국인을 배에 대신 태우고 선장 자격을 가진 이른바 '유령 선원'을 만들어 내는 등의 수법으로 실제로는 26명에 달하는 미공인 선원을 배에 태웠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의 한 관계자는 "출항 당시 선원은 정확히 50명이었지만 사측이 알리고 있는 탑승 선원이 달라 해경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법적으로 공인받지 않은 선원을 태우면 선사 측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명백한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항만운영시스템에 공시된 501 오룡호의 정보 (사진=부산CBS 송호재 기자)
사조 산업 측의 제멋대로 선원 신고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항만 운영시스템에 나타나 있는 오룡호의 최종 승선원은 항만청 최초 신고보다 12명이 많아진 62명으로 기록돼있다.


러시아 감독관을 빼면 애초 발표 내용보다 외국인 선원 3명이 늘어난 수다.

하지만 출입국 관리 사무소의 전자 문서 기록에는 마지막으로 배에 오른 선원은 60명이라고 신고돼 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사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명단은 정확히 60명이었다"며 "항만청이나 항만공사의 자료는 알 수 없지만, 사측의 신고 자료는 모두 전자문서로 전달받아 처리해 출국 과정에서 오류는 없다"고 말했다.

선사 측이 관련 기관에 전자문서를 통해 신고한 자료가 모두 제멋대로였다는 것.

하지만 관계 기관은 눈뜬장님이었다.

관련 기관은 하나같이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견해다.

부산항만공사와 출입국 사무소는 전자 문서 상의 명단만 확인할 뿐 실제 승선원과 일치 여부나 승선원 수는 어디서도 파악하지는 않았다.

부산항만공사 감천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항만공사의 주된 업무는 항만 시설의 관리와 보안"이라며 "승선원에 대해서는 동남아시아 등 특정 지역 외국인의 밀항 등 보안에 관한 부분만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출입국 사무소도 배에 오르는 선원이나 승객의 '출국 적격 여부'만 서면으로 심사할 뿐, 각 선박 별 승선원 수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만청 또한 선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공인하는 게 주 업무일 뿐, 선원에 대한 관리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은 실제 현재 규정상 선박 안전은 선주의 자기자산 보호를 위한 '성실 신고' 의무에 의지할 뿐, 강제력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 기관이 선주의 성실성을 믿고 있는 사이, 선사인 사조산업은 이를 비웃듯 엉터리 신고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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