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스템에선 출제 오류 안 나는 게 더 이상해"

"결코 우연 아냐"… 연이은 출제 오류에 교육 당국 불신 팽배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 오류 논란을 빚은 2개 문항(생명과학Ⅱ 8번·영어 25번)을 모두 복수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복수 정답 처리가 발표된 지난 24일 오후 양천구 목동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당 교사는 "한마디로 (진학 지도가) 굉장히 복잡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남구 모 고등학교 진학 담당 교사는 "가뜩이나 변별력 없는 시험이 복수 정답까지 인정되면서 변별력이 더욱 약해져 어떻게 진학 지도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건 교육 현장에서 교육 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이화여고의 한 고3 담당 교사는 "학교 내부 시험도 한 문항 틀리면 엄청난 파장이 있는데 국가적 차원의 시험이 이렇게 틀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상대적으로 자기 등수가 떨어지니, 출제 오류 문항과 관계없는 학생들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갈등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풍문여고의 한 교사도 "벌써 몇 번째냐"며 "지금은 아직 성적이 안 나와서 상대적으로 잠잠한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성적표가 나오면 말이 많아질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덕성여고 진학 담당 교사는 "이번 영어 과목의 경우 복수정답으로 인정되는 학생은 적다고 하지만, 이 문항이 EBS 기출 문제인데도 오류가 났다는 점에서 교육 당국을 믿기 어려워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학자들은 이러한 계속된 '수능문항 오류'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능과목의 수나 형태가 20여 년 전과 크게 달라졌는데 수능 출제 시스템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면서 "봉쇄된 환경에서 출제를 해야 하다 보니 출제 인력풀도 매우 한정돼 있고 출제·검토 인력이 의사소통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강태종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 수능 출제 시스템에서는 문제 오류가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비밀유지나 채점 속도 등 '관리'의 측면만 신경 썼을 뿐 상대적으로 시험내용이나 질에는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