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평가전에서 0-1로 패하며 중동 2연전을 마무리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처음 나서는 원정 평가전에서 요르단을 1-0으로 꺾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사상 첫 원정 승리에 도전했던 이란과 경기에서는 오심 논란 끝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10월 파라과이와 경기를 시작으로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치른 A매치 4경기에서 2승2패를 거뒀다. 이 기간 슈틸리케 감독은 모든 포지션에 다양한 선수를 시험하며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릴 아시안컵에 나설 선수 선발에 나섰다. 한국이 55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리는 아시안컵 출전 명단은 다음 달 9일까지 50명의 예비명단에 이어 30일까지 최종 23명을 선발한다.
◈새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굳건한 주전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혼용하며 경기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굳건한 주전 선수들은 감독의 전술 변화와 관계없이 자신의 자리를 꾸준하게 지켰다는 점이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가장 확실한 주전은 2선 공격수들이다. 좌우 측면의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 그리고 중앙의 남태희(레퀴야)는 최근 A매치를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확실한 신뢰를 얻었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 시티) 역시 뚜렷한 경쟁 선수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붙박이 주전의 자리를 이어갔다.
이들 4명은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변함없이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구자철(마인츠)과 한교원(전북), 김민우(사간 도스)가 이들의 백업 선수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7부 능선을 넘은 경쟁 구도, 주도권은 넘어갔다
4-2-3-1 체제를 기준으로 확실한 주전 입지를 굳힌 4명을 제외하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1자리, 여기에 포백 수비 4명과 골키퍼까지 총 7명이다.
이 가운데 기성용의 파트너로는 한국영(카타르SC)가 한발 앞서는 모양새다. 한국영의 경쟁자로는 멀티플레이어 박주호(마인츠)와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거론되고 있다.
골키퍼 포지션의 경쟁도 치열했다. 기존의 주전 골키퍼 정성룡(수원)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돌아와 1경기를 소화했고, 차기 주전 골키퍼로 주목을 받은 김승규(울산)도 1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가장 큰 관심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을 향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와 포백수비, 계속되는 치열한 경쟁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포지션이 바로 포백 수비다.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매번 다른 선수 조합을 내놓았다. 이 중에서도 좌우 측면은 박주호와 차두리(서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주호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측면에서, 차두리는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도 경쟁 선수보다 나은 경기력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중앙 수비의 경우 전임 홍명보 감독의 든든한 신뢰를 얻었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조합이 여전히 불안한 모습에 그치며 장현수와 곽태휘(알 힐랄) 등의 거센 추격을 허용했다. 특히 이란과 경기에서 장현수-곽태휘의 조합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중앙 수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여전히 확실한 경쟁 선두가 나오지 않은 포지션이 최전방 공격수다. 김신욱(울산)이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해 한 차례도 소집되지 못한 가운데 조영철(카타르SC)과 이동국(전북), 박주영(알 샤밥), 이근호(엘 자이시)를 차례로 내세우며 제로톱과 전형적인 원톱의 역할을 번갈아 맡겼다. 특히 기대가 컸던 박주영과 이근호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마지막까지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고민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