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취재진은 22일 마약 유통 상황을 가상해 KTX 택배를 실제로 이용해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송인과 수취인에 대한 신분 확인은 커녕, 내용물에 대해서도 단 한 번의 감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시연은 코레일네트웍스가 운영하는 'KTX택배' 및 'KTX특송 퀵' 등 두 가지 서비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KTX택배'는 전국 13개 KTX 주요 역과 역 사이에 소규모 화물과 서류 등을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며, 'KTX 특송 퀵'은 코레일이 공식 위탁한 업체가 철도역부터 집까지 퀵서비스도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취재진은 투명한 비닐봉지에 밀가루와 주사기를 넣어 '책'으로 가장한 택배 상자를 KTX 서울역에서 KTX 광명역까지 보내봤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내용물의 택배 상자를 'KTX 특송 퀵' 편으로도 배송했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방식의 택배 모두 본인 확인 요구 절차는 전혀 없었다. 만약 '대포 폰'을 이용해 가명으로 폭발물이나 마약을 보내더라도 추적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역 창구에 직접 들러 'KTX 택배'를 이용할 때도 절차가 허술하긴 매한가지였다. 여성 취재진이 남성 이름을 적어 택배 상자를 전달했지만 아무런 의심 없이 접수가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접수된 두 개의 택배 상자는 오후 2시쯤 되어서야 KTX 서울역을 출발했다. 정체불명의 택배 상자가 아무런 검색 없이 두 시간 넘게 역사 안에 방치된 셈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국가 주요 시설임에도 폭탄 테러 등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얘기도 된다.
서울역을 출발한 택배 상자는 시속 300㎞의 KTX에 몸을 싣고 16분만인 오후 2시 16분 광명역에 도착했다. 물건을 수령하는 과정에서도 받는 사람에 대한 신분 확인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휴대폰 문자로 전송된 접수번호만을 확인할 뿐이었다.
결국 '책'으로 위장한 밀가루와 주사기는 아무런 검색 절차 없이 2시간 30여분만에 서울에서 광명까지 '안전하게' 배송됐다.
이처럼 폭발물을 실어도 모를 KTX를 이용하는 승객은 지난해만 해도 5280만 명에 이른다. 연간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항공편의 경우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여행용 가방 및 수화물에 대한 엑스레이(X-Ray) 투시 검사를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투시 검사에서 내용물의 정체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엔 가방이나 박스를 열고 확인하는 이중의 보안 검색이 이뤄진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엑스레이 검색대를 거쳐 내용물에 대한 검사가 진행된다"며 "규정 위반 물품이면 승객에게 고지하고 돌려보내거나 폐기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지점까지 고려한 마약 탐지견과 폭발물 탐지견들도 다수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KTX 택배 역시 이중삼중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보안 검색 절차는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 한 관계자는 "KTX도 항공편처럼 엑스레이 스캐닝 등의 보안 절차를 도입해야 테러 가능성이나 마약류 등의 불법 유통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