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는 미 당국의 승인 없이는 기술 이전을 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는데, 향후 한·미 간 국익이 충돌할 경우 김 후보자가 우리 정부측 입장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서울시로부터 상암동 DMC 산학협력연구센터에 있는 입주공간도 제공 받았다. 2224㎡ 규모이지만, 연간 임대료는 3500여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서울 벨연구소는 지난 2005년과 2006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김종훈 미국 벨연구소 사장과의 MOU(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서울에 유치한 연구소다.
당시 서울시는 협약 내용을 토대로 "서울 벨연구소가 국내기업에 기술이전을 하고, 서울시가 지적재산권 지분의 30%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사업 시행 5년째를 맞도록 기술 이전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특허 실적도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벨연구소 이름으로 특허를 신청한 '특허출원'은 1건에 불과했고, 특허를 인정 받은 '특허등록'은 단 1건도 없었다. 벨연구소가 현재 3만 3천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처럼 '미흡'한 실적은 서울시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서울 벨연구소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퍼주고도 지적재산권 등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자성에서다.
CBS가 입수한 지난해 11월 '수시평가' 자료를 보면, 총평에서 "특허 등 지적재산권 확보 차원의 노력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고 언급돼있다.
2011년 보고서에서는 "원천기술 연구 미진, 지식재산권 확보전략 필요", 2010년 보고서에서도 "해외학술지를 포함한 연구논문 게재 미흡, 특허출원부분 미흡, 벨연구소의 기여도가 연구진행에 있어 많이 낮다고 판단"이라는 내용 등이 보완 사항으로 지적됐다.
이밖에도 "미국 벨연구소의 향후 현금출자 및 구체적 지원 요망", "연구성과금 및 연구관리 인건비가 연구실적에 의해 과도하게 계상"이라는 등의 지적을 받았고, 종합평점도 해마다 70점대의 낮은 점수에 그쳤다.
이와 함께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미국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된 MOU 조항이다. '2006년 서울시-벨연구소 MOU'를 보면 "본 협약과 관련한 특정한 제품, 소프트웨어, 기술 정보는…(중략)…반드시 적절한 미합중국 정부기관에 의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나와있다.
이와 관련해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통상적으로 이런 조항을 반드시 넣진 않는다"며 "다만, 미국의 경우 북한에 IT 관련 핵심 부품이 넘어가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인 기업가로서 소속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이런 경력을 가진 인물이 우리나라의 핵심 과학기술과 창조경제를 이끌 수장을 맡는 게 과연 적절한지를 놓고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후보자는 '이중국적' 보유 사실과 미국 CIA(중앙정보국)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경력 등이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시의원은 "세계유수연구소라 하는 벨연구소를 수백억원을 들여 유치했는데, 실제로는 특허출원도 미흡하고 연구성과도 미미해서 시민의 혈세가 낭비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자수성가한 벤처 사업가로만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의 행적들을 살펴보면 과연 김 후보자가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수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굉장한 의구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200억원을 들여 벨연구소를 지원해줄 때는 그 연구소가 가진 기술력을 이전 받기 위함인데 애초부터 (기술 이전을) 기대할 수 없는 MOU를 체결해놓았다"며 "결국 김 후보자가 벨연구소 이름으로 서울시 예산을 거저 먹은 격"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