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연금 4만원~20만원 차등지급, 국민연금 가입자들 반발 불가피
먼저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최소 4만원~최대 20만원의 차등 지급으로 수정됐다. 기초연금은 대선 당시 노령층의 표심을 잡은 박근혜 당선인의 대표 공약이었다.
특히 차등지급의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따지게 돼 있어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하위 70% 노인들에게는 원안대로 20만원을 지급하고,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소득하위 70% 노인들은 14만원~20만원의 연금을 차등 지급한다.
소득상위 30% 노인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4만원을 받고, 국민연금을 받고 있으면 4만원~10만원을 받는다.
인수위는 국민연금 이탈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입기간에 따라 액수를 차등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입자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연금 초기단계로 100만원 이상의 고액수령자보다는 20만원 안팎의 소액 수령자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자영업자, 주부 등 임의가입자들의 경우 월 8만9,100원의 국민연금을 꼬박 10년간 납부한다해도 16만4,800원밖에 지급받지 못한다. 여기에 기초연금액까지 수만원 깎인다면 불만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다달이 국민연금을 내기보다 기초연금만 받겠다는 심리가 커지면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강제가입자와, 고소득자 위주로 국민연금이 축소돼 장기적으로 국가적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노후 보장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국민행복기금'이라는 이름으로 통합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불씨를 안고 있다.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적부조 성격의 기초연금과 적립 방식의 국민연금을 한 틀에 묶으면, 제도 정체성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금 전문가는 "가뜩이나 국민연금 초기 단계로 제도가 미숙한 상황이어서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국민연금의 틀이 흔들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설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섣부른 통합은 혼란을 부른다"며 "특히 상당수 임의가입자들이 기초연금에만 의지해 국민연금을 포기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국민연금 기금에서 일부 보충하려는 계획이 인수위에서 비중있게 검토됐던 탓에 재정까지 통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최성재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간사는 "기초연금은 국고와 지방세로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엇다.
하지만 뚜렷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이상, 국민연금 활용안이 언제든지 되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말 많던 4대중증질환 비급여 항목은 제외, 임플란트도 75세로 뒷걸음질
'말바꾸기' 논란이 일었던 4대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은 당초 예상대로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비급여 항목이 빠졌다.
인수위는 2016년부터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2016년까지 100%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비급여 항목은 제외했다.
다만,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해 실질적 환자 부담 완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직전 마지막 TV토론에서 4대중증질환 공약에 간병비 등 비급여항목도 포함된다고 답해 말바꾸기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당선인의 '말실수'로 정리하는 듯 하다.
하지만 치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실질적인 완화 대책'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박 당선인은 '노인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내년부터 65세 이상 모든 치아에 보험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75세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어금니만 할지, 모든 치아에 적용할지도 적시하지 않아 논쟁거리을 남겼다.
이밖에 건강보험 본인부담 상한제도 다소 후퇴했다.
당초 대선공약에서는 현재 소득에 따라 3단계로 나뉜 본인부담 상한제를 50만원~ 500만원으로 나눠 지급한다고 공약했지만, 인수위에서는 저소득층의 상한액은 12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본인부담 상한제는 기존 200만원-400만원이 아니라, 120만원~500만원 사이에서 운영돼 저소득층의 의료비 절감 효과는 기대치에 못미치게 됐다.
이처럼 박근혜표 복지 공약이 줄줄이 후퇴한 것은 결국에는 막대한 재원 때문이다.
뾰족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공약을 단계적, 차등적으로 바꿔가면서 임기 내에 소요되는 재원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것.
하지만 공약이 축소된 배경과 재원 조달 방안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데다, 노인 임플란트 공약처럼 임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공약을 늘려놓으면서 차기 정권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공약을 축소하거나 다소 변경할 수는 있지만 국민들에게 왜 바뀌었는지 해명을 해야 한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했던 국민과의 약속, 신뢰에 흠집이 나 버리면 추후 정국 운영에도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보수파와 중도보수파가 이념 충돌을 하는 상황에서 박근혜표 복지가 국민의 지지를 못받고, 민심에 위반된다면 정권 초기부터 레임덕이 초래될 수도 있다며 "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공약이 대폭 축소돼 실망감을 느끼는 만큼 충분한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