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6년'에서 곽진배 역을 맡은 진구는 모든 게 믿기지 않는다며 웃음으로 현재의 심정을 대신했다.
몇 번의 제작 무산 끝에 어렵사리 촬영에 돌입했고, 지난달 29일 개봉한 뒤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4년 여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믿을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고, 지금은 모든 게 '선물'처럼 느껴진다.
진구는 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전 여러 작품을 해 왔다.
그래서 제가 기다렸다는 표현은 좀 죄송스럽다"며 "작품이 저를 기다려줬고, 4년 만에 큰 선물을 준 것 같아 감사할 뿐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제작이 다시 추진되고,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도 믿지 않았다.
26년이 극장에서 내리게 되면, 그때 모든 감정이 정리될 것 같다는 그의 말에 진심이 묻어났다.
그는 꿈만 같은 올해를 다시금 돌아봤다.
"올 1월까지 '아가씨와 건달들' 지방공연을 했고, 2월부터 청년실업자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3개월 쉬게 됐다. 그러던 찰나에 연락을 받았다. '4년 동안 김주안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이제 26년을 놓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곽진배 축하해. 잘 부탁해'라고 하더라."
만약 진구가 아가씨와 건달들을 마치고 곧바로 작품 활동을 했다면 아무리 26년을 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제가 기다린게 아니라 작품이 저를 기다렸다"는 진구의 말이 이해됐다.
애초 참여했다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배우들 역시 타이밍이 맞지 않아 못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진구는 애초 김주안 역으로 참여했다 곽진배로 바뀌었다. 그것도 올해 합류하면서 갑자기 정해졌다.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도 넉넉치 않았다.
그럼에도 진구는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중 최고라 할만큼 극에 녹아들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장이 원하는 대로 임한 결과였다.
이어 "감히 광주의 아픔을 만들 수도 없고, 그들을 대변할 수도 없었다"며 "그냥 주어진대로 참여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덧붙였다.
극 중 곽진배는 조폭스러운 매서움과 무거움 속에 유머와 귀여움을 갖췄고, 때론 인간미도 엿보인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새로움을 더했다. 한층 풍성해졌다.
진구는 "처음에는 무겁게 촬영했는데 감독님께서 '진배마저 무거우면 관객들이 어떻게 보겠냐'고 하시더라"며 "처음엔 가볍게 표현해도 되나 싶었는데 촬영하다 보니 이게 상처를 숨기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입체적이고, 작은 유머도 드릴 수 있지만 가장 아픈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진구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단순히 80년대 일어났던 수많은 시위 중 하나가 광주에서 크게 발생했다고만 생각했다.
그랬던 그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알 수 없는 의무감이 생겼다.
그는 "작품을 준비할 때 당시 자료들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과 죄책감이 들었다"며 "이 엄청난 일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다는 게 너무 미안했고, 그 때 상처를 받은 분들께 너무 죄송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촬영을 하면서 당시 아픔과 실체를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서 나처럼 아직 모르고 있을 젊은 청소년들이나 잊어가는, 잊으려 하는, 이미 잊은 사람들에게 다시 알리고 싶다는 의무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 후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진구는 "흘려들을 법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제는 좀 더 집중하고,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것 같다"며 "그 분들의 손을 직접 잡아줄 순 없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의무감과 책임감은 생겼다"고 밝혔다.
진구에게 26년은 평소 해 오던 작품 한 편, 그 이상의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