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합의됐다고 무조건 감형 안 돼"

형사법관 포럼, "국민 시각에서 납득 어려운 결론 없어야"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했거나 합의금으로 일정 금액을 공탁했더라도 양형을 정할 때 결정적인 사유로 고려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법관들의 의견이 나왔다.


대법원은 전국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 38명이 부산에서 모여 '형사재판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한 포럼을 지난 31일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포럼에 참석한 법관들은 국민의 시각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 내려지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성폭력 범죄 양형과 관련해 '피해자와의 합의'나 '상당 금액 공탁'을 성범죄의 양형이나 집행유예의 결정적 사유로 고려하는 것은 극히 신중할 필요하가 있다고 공감했다.

포럼의 사회를 맡았던 이원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피해자와 합의가 됐다고 해서 보다 가벼운 양형으로 나가는 것에 반대한다"며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게 크게 부각될 수 있지만 결정적인 사유로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또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경제·금융·식품 등 범죄에 대해 관련자들의 이해관계가 재판 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상대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법정구속 판결로 과거 재벌 총수들에 대한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원범 부장판사는 "재벌 총수만 특정한 것이 아니라 경제 근대화의 과정에서 경제적 측면을 고려했던 지난 양형이 국민들의 비판도 됐지만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설명될 수 있지 않느냐는 논의는 있었다"며 "현재는 그런 단계를 넘어서 경제적 파급효과 등에 대한 고려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관들은 다만, 일시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재판을 하는 일이 없도록 여론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원칙은 계속 지켜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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