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이주여성과 결혼한 A씨(38·버스기사). 타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필리핀 출신 어린 신부 B(23)씨를 위해 근사한 결혼식장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이들을 받아주는 예식장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이들이 결혼식장을 구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주여성과의 결혼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A씨를 축하해줄 하객들이 100명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CBS노컷뉴스가 수도권 일대의 예식장 20여 곳을 전화 취재한 결과, 100명 이하의 하객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예식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로 인해 하객수가 제한적인 다문화·재혼가정은 결혼식을 치를 곳이 없어 곤란을 격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2만9천여 쌍의 다문화 가정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들은 보통 하객이 100명 미만이어서 대다수가 예식장을 구하지 못했고, 혼인신고만 한 채 살고 있는 부부가 부지기수였다.
그나마도 결혼식을 올린 다문화가정은 자치단체 합동결혼식이나 대형식당 등을 대관해 가까스로 결혼식을 올리는 등 제2의 인생을 차별(?)속에 시작했다.
딱한 사정은 내국인 재혼가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정서상 아직까지 재혼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해 대다수의 재혼커플은 친지와 가까운 친구들만 초청해 올리는 간소한 결혼식을 선호하고 있었다.
이러다보니 이들의 결혼식도 하객이 100명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예식장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으로 분류돼 있었다.
이주여성 B씨는 "타국으로 시집와 여러 가지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결혼식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니 서글프다"며 "다문화 가정과 소수자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예식장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식장비를 따로 받지 않고 식비에 예식장비를 포함시키는게 업계의 관행"이라며 "예식장만 손해를 감수하면서 결혼식장을 대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