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1일 회의를 열고 고영한(57·사법연수원 11기) 법원행정처 차장 등 13명의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를 선정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13명의 후보자는 고위 법관 9명과 검찰 간부 3명, 전직 판사인 외부인사 1명으로 구성됐다.
관심을 모은 여성과 재야 변호사 등의 외부인사는 단 한 명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수안(60·8기) 대법관이 물러나고 후보자 가운데 4명이 그대로 임명될 경우 대법원에는 박보영(51·16기) 대법관이 유일한 여성으로 남는다. 법조계 밖에서 유일하게 추천된 윤진수(57·9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판사로만 15년을 근무하고 바로 서울대로 옮겼기 때문에 외부인사로 보기는 힘들다.
이에 따라 ‘독수리 5형제’로 상징되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의 다양한 대법관 인선이 오히려 과거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수와 서열을 중심으로 엘리트 남성만을 천거하던 종전의 관행이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도형 사무총장은 “현 정부와 대법원장 체제에서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면서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든지, 성향에서도 좌우와 진보·보수가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막상 결과를 보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후임 대법관의 임명 절차에서도 국회의 원구성 협상에 따라 진통이 예상된다.
양 대법원장은 수일 내로 후보자 가운데 4명을 선정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게 된다. 이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청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19대 국회의 개원과 맞물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원구성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어 인사청문회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지난해 김용덕(55·12기), 박보영 대법관 임명 때도 여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의 강행 처리를 둘러싸고 대립한 탓에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됐다.
이달 말까지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거나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더라도 특정 후보자의 자질 문제가 불거지는 최악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이어 대법원도 대법관 공백 상태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