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인사권을 가진 공무원의 친인척인 기능직 B씨. 같이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B씨는 '상전'이다. 감히 일을 지시할 수도 없다. 오히려 업무능력이 없는 B씨가 사고를 치면 그 뒷수습을 하는데 바쁘기에 차라리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간부들은 부하인 B씨에게 인사청탁을 할 정도로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
# 3. 전 시의원의 조카인 기능 8급 C씨. 구청에서 C씨는 사고뭉치로 통한다. 야간근무 중에 성매매 업소에 간 뒤 빚을 져 빚쟁이들이 청사에 들어와 드잡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근무지 이탈은 기본에 상습적인 지각, 심지어는 동료를 폭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감사실은 C씨에게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린 적이 없다.
위의 사례는 CBS노컷뉴스가 연속 보도하고 있는 구청 기능직 인사비리 의혹 대상자들의 천태만상이다.
구청 고위관계자의 후광으로 공무원에 입직한 이들은 이후에도 골칫덩이라는 게 대다수 동료 공무원들의 증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특혜 채용된 기능직 공무원의 전횡이 만만치 않은데도 임용된 뒤 2년만 지나면 이들을 딱히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법 아래에선 공무원 징계시효가 2년이기 때문에 특혜로 들어온 공무원들이 어떻게든 2년을 버텨내면 그 이후로는 징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서울 금천구청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천구청은 지난 2010년 한인수 전 구청장(당시 한나라당 소속) 시절 채용된 기능직 공무원 8명이 한 구청장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구청이 발칵 뒤집어졌었다.
금천구청은 이들 8명에 대하여 직위해제처분 및 현장근무명령 등 인사조치를 단행하고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두 차례 조사 끝에 기능직공무원 12명을 특별채용하면서 경쟁률 1:1을 만들어 부당하게 채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구청 게시판에만 형식적인 채용 공고를 내 여러 사람이 알 수 없게 하고 친인척에게만 응시하는 수법으로 특혜 채용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리가 밝혀졌는데도 감사원이 내린 처분은 경미한 '주의 요구'였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금천구청에게 "채용대상자를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인 공고절차를 거쳐 기능직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하기 바람"이라고 요구했을 뿐이었다. 사실상의 '면죄부'를 준 셈이다.
결국 금천구청은 공무원징계시효 2년이 경과해 특혜대상자에게 직권면직 등 신분상 제재처분을 내릴 수 없었고 이들 특혜 대상자 8명은 자진사직을 거부했다.
이들 8명은 현재 금천구청의 동사무소에서 여전히 공무원직을 유지하며 근무하고 있다.
차성수 현 금천구청장은 "비리가 밝혀진 만큼 특혜 공무원들을 청산하려고 했지만 법적인 맹점이 있어 불가능했다"며 "다만 추가 비리를 막기 위해 금천구청은 기능직 채용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 중랑구청(CBS노컷뉴스 5월 17일자 '빽없으면 꿈 꾸지마'…중랑구청도 '친인척 채용' 제하 단독보도)에서 특혜 채용 의혹을 사고 있는 29명 가운데 27명은 임용된 지 2년이 넘어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도 공무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다만 도봉구청(CBS노컷뉴스 5월 11일자 '도봉구청 10급 공무원 채용 구린내...75%가 간부 친인척' 제하 단독보도)은 의혹이 제기된 3명이 임용된 지 2년이 지나지 않아 임용취소로 가닥을 잡았다.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친인척 채용비리 속에서도 이들을 제제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공무원법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