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변경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법 광고물과 쓰레기로 뒤덮인 정류장에는 '현재 운행하지 않는다'는 공지사항마저 볼 수 없어 한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한 여행사에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을 맡겨 시티투어버스 운행을 시작했으며, 2002년, 2004년, 2008년 총 3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노선 변경을 실시했다.
이후 서울시는 노선 변경으로 인해 사용되지 않는 정류장을 철거하지 않고 광고대행업체가 광고수단으로 사용하게 하는 한편 전반적인 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광고대행업체와의 계약이 지난해 만료된 뒤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자 미사용 정류장들은 8개월 동안 아무런 관리 없이 방치됐다.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자 미사용 정류장은 불법 광고물과 쓰레기들로 뒤덮였다. 대표적인 곳이 홍익대학교 입구 정류장이다.
지난 2002년 4월 시티투어버스 노선에 포함됐다 제외된 홍익대 정류장은 온갖 낙서와 불법 부착물로 정류장으로서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또 불법 부착물이 '노선이 변경돼 현재 사용되지 않는 정류장'이란 공지문을 뒤덮어 외국인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남대문시장 정류장(한국은행 앞)은 공지문이 붙어있던 유리창이 통째로 사라져 이곳이 사용 중인 정류장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날 오전 남대문시장 정류장을 찾은 지오바니(28.콜롬비아) 씨는 "20분 가량 기다리고 있는데 차가 오지 않아 황당하다"며 "버스가 서지도 않는 정류장을 그대로 두는 것은 잘못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인들이 불편을 겪는 미사용 정류장은 이곳뿐이 아니다.
각각 시티투어버스 42번, 3번 정류장이었던 국회의사당, 롯데호텔 정류장을 비롯해 서울 시내에만 8곳의 정류장이 관리 없이 방치 중이다.
도심 흉물로 전락한 정류장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도 곱지 않다.
홍대 인근 상가직원 김희정(29.여)씨는 "철거하지도 않고 정류장으로도 사용하지 않아 홍대 정류장은 쓰레기와 불법 광고물 천지였다"며 "상가 입장에서는 보기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광과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내에 미사용 정류장은 철거하고 기존 정류장은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탈바꿈시키겠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CBS의 취재가 시작되자 홍대 정류장을 시작으로 8개 정류장을 모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