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이번에도 순방 징크스… 무거운 발걸음, 산적한 과제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 아셈) 참석과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 이탈리아 공식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길은 가볍지 않았다.

순방 마지막날인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현장에서 환풍구가 무너지면서 16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탈리아 로마에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순방에 악재가 터지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순방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취임 후 첫 순방이었던 미국 순방 도중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순방 성과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지난 6월에는 문창극 총리 후보 지명자의 총리 자격 논란이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달 캐나다 순방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출국 때는 교육문화수석이 경찰 수사 문제로 사표가 수리되면서 캐나다·뉴욕에서의 박 대통령 행보가 묻혔다.

이번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는 박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에 의해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6개월 만에 또 다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해 1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안전'이 국민들 사시에 스며들지 못한 채 공허한 구호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난제는 이 외에도 많다.

비록 하루 뒤에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은 정국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으로 그동안 분출구를 못찾았던 개헌 논의가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 이어 지난 6일에도 개헌 논의가 경제의 블랙홀을 불러 올 수 있다며 개헌 논의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친박'을 뺀 나머지 의원들이 얼마나 호응해 줄 지가 개헌 논의의 파괴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도 박 대통령이 곧 풀어야 할 난제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해 지난 17일 당정협의를 가졌지만 당조차 만족을 시키지 못하는 현실이다.

정부의 개혁안이 만들어져 당을 이해시키고, 당사자인 공무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안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상태에서 논의가 부진할수록 박 대통령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세월호 참사로 6개월 이상 현안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도 일차적으로는 정치권이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박 대통령도 직접적인 사정권에 놓여 있다.

해외 순방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북한 문제다. 박 대통령은 다자 외교 무대, 양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 핵포기와 '한반도 프로세스' 등을 언급하고 지지를 이끌어 냈지만 정작 당사자인 북한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3월 독일 드데스덴 선언, 지난달 유엔총회에서의 북한 인권 언급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아셈총회 자유발언에서도 '북한은 이런 이중적인 면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갖고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지만 북한은 "해외행각에서 또다시 우리에 대해 망발하였다"며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박 대통령의 이중성 발언과 북한의 강한 반발은 고위급 대표단 방문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로 모처럼 만에 조성된 대화 국면이 군사접촉 과정에 대한 양측의 신경전으로 다시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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