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헛구호 그친 '아동성폭력과 전쟁
② 초등학교 운동장은 성폭력 위험지대
③ '빈 수레'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정부가 쏟아내는 갖가지 대책에도 학교 안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생이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김수철 사건’ 직후 정부는 CCTV 확대와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안전 취약 학교에 청원경찰 배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게 안심알리미서비스 제공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학교는 안전지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대책은 쏟아 놓고 실효성 있게 시행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땜질식 처방’을 지적했다.
아동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 모임 <발자국>의 이가온 감사는 “CCTV를 설치해도 워낙 저화질”이라며 “실질적으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학교에 설치된 15만 7,000여 대의 CCTV 가운데 77%가 100만 화소 미만의 저화질로, 사람 얼굴은 물론 자동차 번호판 식별도 어렵다.
전국의 초등학교 5,913곳 가운데 지자체의 통합관제센터와 연계됐거나 올해까지 연결을 마칠 계획인 학교는 56.4%인 3,332곳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가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지 못했거나, 연계에 필요한 비용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시도교육청의 예산 부족 탓이다.
그런데도 학교 CCTV 설치 예산은 올해 ‘반토막’이 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학교 CCTV 설치 예산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억 원대 수준(94억 원~119억 원)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올해는 45억 원만 배정됐다.
삐걱대고 있는 학교 안전 인프라 구축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학교 출입 통제 대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지난 4월 전남 영암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주말에 초등학생 4명이 성추행을, 지난 23일에는 서울 강북구의 초등학교에서 새벽 시간대에 초등학생이 성폭행을 당했다.
학교마다 한두 명의 배움터 지킴이나 야간 당직 용역업체 직원만 있다 보니 주말이나 심야 시간대는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경희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부소장은 “학교 보안관이 있지만, 학교를 둘러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교사의 보호 아래 있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발자국 이가온 감사는 “아예 심야 시간대에는 학교 출입을 금지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소리만 요란한 보여주기식 대책으로는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