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러 "억류자 문제가 북미관계 걸림돌…뉴욕채널 활용"(종합)

"대화 가능하지만 제재도 필요…6자회담은 여전히 유효"

시드니 사일러 신임 미국 6자회담 특사는 4일(현지시간) "북한 억류자 문제가 북·미관계의 걸림돌"이라며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한 영사적 접촉은 물론 (대북 외교교섭 창구인) '뉴욕채널'을 통해 외교적 노력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사일러 특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오찬 강연을 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행동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사일러 특사가 억류자 문제를 북·미관계의 걸림돌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뉴욕채널을 새삼 거론한 것은 정치사안과 인도주의적 사안을 분리해 접근해온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케네스 배씨를 1년 8개월째, 매튜 토드 밀러와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씨를 5개월째 억류하고 있으며, 미국 국무부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주기적인 영사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입장만을 밝혀왔다. 미국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뉴욕채널을 활용해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 인권특사의 평양 방문을 추진했으나 막판 북한의 초청 철회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북·미간 뉴욕 채널은 장일훈 주유엔 북한 차석대사와 사일러 특사가 맡고 있다.

그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개할만한 사항이 없다"며 구체적인 교섭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와 관련해 "외교와 압박, 억지의 3대 축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평양 지도부가 비핵화라는 전략적 선택을 할 경우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고 주민의 삶을 개선하도록 선택을 좁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핵문제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는 가능하지만, 제재도 필요하다."며 "대화와 제재의 투 트랙(dual-track approach) 접근을 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대화 자체에 반대하지 않지만, 비핵화를 목표로 한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협상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북한이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비롯해 기존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고 국제적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일러 특사는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 5개국의 비핵화 컨센서스를 북핵문제 접근의 기초로 활용해왔다"며 "만일 북한이 비핵화라는 올바른 선택을 하고 협상으로 복귀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대화와 협상 경로가 열릴 것이며 그럴 경우 제재의 적절성도 재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6자회담은 여전히 유효한 북핵 협상의 틀"이라며 "(6자회담 재개의) 공은 아직 평양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일러 특사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에 대해 "미국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데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며 "한때 많은 한국인이 한반도의 분단상황으로 미국이 이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일러 특사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달 13일 하와이에서 밝힌 '아시아·태평양 비전'대로 미국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활발한 아시아를 추구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이 자유시장 민주주의를 활발하게 실현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은 한국인 7천만 명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누리고 인권을 존중하는 통일한국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노력은 결코 38선에 멈추려는 게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에서 밝힌 대로 평화적 통일의 조건과 기반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전략과 행동이 필요하다는데 미국도 공감하고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에 대한 분명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사일러 특사는 2011년 5월부터 백악관에서 한반도담당 보좌관을 맡아왔으며 이번 주부터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 북핵과 6자회담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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