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산업계의 부담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하다"며,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상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기간인 2020년 말까지 시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산업계 반발에 밀려 또 다시 시행 연기
저탄소차 협력금은 온실가스(CO2)를 많이 배출하는 대형차에 부담금을 걷은 뒤, 이를 경차나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저탄소차량에 보조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대형차 구매자에게 부담을 주고 친환경 저탄소 차량의 구매를 지원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함께 대형차를 선호하는 차량구매 패턴을 바꾸기 위해 제안됐다.
저탄소차 협력금은 지난해 4월에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의 반발로 시행시기가 2년 뒤인 2015년으로 늦춰진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2020년 말 이후로 시행 시기가 연기되면서 사실상 제도 자체가 폐기 수순을 밟게됐다.
그나마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예정대로 내년 시행으로 확정됐지만, 기업부담을 추가로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이 또한 제도 안착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배출 허용량을 10% 이상 늘리고, 기준가격을 1만원으로 설정해 과징금 부담(기준가격의 3배)도 10만원에서 3만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할당량을 늘려주고, 배출권 허용량을 초과한 기업에 물리는 과징금까지 깎아줄 경우, 배출권 거래시장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어진다. 실제로 유럽연합의 경우 배출권 거래제 시행 초기에 할당량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바람에, 지난 2007년에는 배출권 가격이 톤당 0.3유로까지 폭락한 경험이 있다.
◈ 국제사회 공언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난망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되면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2009년 기준)의 30%를 감축하려는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연기하면, 이를 통해 감축하려던 온실가스 160만톤을 다른 부문에서 더 줄여야 한다.
결국 산업계에서 온실가스 감축부담을 더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오히려 더 늘려주겠다는 방침이다. 감축목표 달성과는 점점 동떨어지는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정부는 시행초기에는 조금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되, 차후에 감축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시행 초기단계에서는 조금 넉넉하게 주고, 그리고 2기에 가서는 시장상황을 봐서 가능한 한 좀 더 감축노력을 강화해 나가는 쪽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차관보가 말한 2기는 배출권 거래제 2차 계획연도를 말하는 것으로, 오는 2018년에 시작한다. 정확히 박근혜 정부가 끝나고 차기 정권이 출범하는 시점이다.
결국 2020년 말 이후로 시행이 연기된 저탄소차 협력금과 2차 계획연도에 가서야 감축노력이 강화되는 배출권거래제 모두, 그 부담은 다음 정권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