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관계자와 현지 언론은 31일 반정부 시위대가 전날 늦게 이슬라마바드에서 샤리프 총리 관저로 향하다가 진압경찰과 부딪히면서 지금까지 사망자 외에도 경찰관 40여 명, 어린이 10여명, 부녀자 60여명 등 450명 이상 부상했다고 전했다.
시위를 이끄는 야당 파키스탄인민운동(PAT)의 지도자 타히룰 카드리는 소속 당원 7명이 사망하고 75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역시 시위에 참여한 제3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 측도 이번 사태로 당원 1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언론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는 도랑에 빠져 숨진 정치 활동가 1명이 포함됐으며 다른 1명은 30일 시위 도중 고무탄에 맞아 부상했다가 다음날 숨졌다.
부상자 중에도 시위 취재를 하던 TV와 언론 매체 기자와 카메라맨이 적어도 6명이나 끼어 있다.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주요 병원 3곳은 부상자로 넘쳐나면서 일부는 시내 개인병원이나 이웃한 라발핀디의 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고 있다.
카드리와 PTI 지도자 임란 칸은 경찰 진압 때 방탄트럭 안에 고립됐다가 잠시 나와 시위대에 독려 연설을 했다.
칸은 지지자에게 "정부가 괴멸 직전에 있다"며 이슬라바마드로 달려와 시위에 합세하거나 다른 도시에서 항의집회를 열라고 촉구했다.
카드리도 "이번 투쟁은 나와 임란 칸이 공동으로 하는 것이다. 우린 함께 승리하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종일 이슬라마바드 곳곳에선 시위대와 경찰이 간헐적으로 부딪히는 속에서 시위 군중은 당국이 길을 봉쇄하려고 갖다놓은 대형 컨테이너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충돌은 그간 이슬라마바드 의사당 앞에서 평화적으로 농성을 벌이던 시위대 2만5천명이 총리 공관으로 행진하면서 발생했다.
경찰은 시위대 행진을 막고 곤봉, 고무탄, 최루탄을 동원해 이들에 대한 강제해산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 측은 이 과정에서 부상자만 나왔을 뿐 사망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와 경찰 간 유혈 충돌 소식이 알려지자 라발핀디, 라호르, 파이살라바드, 카라치 등 다른 주요 도시에서는 항의 시위와 연좌 농성이 이어졌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는 야권 측과 사태 수습을 위한 대화를 재개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야권은 작년 5월 총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이달 14일부터 2주째 나와즈 샤리프 총리의 사퇴·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