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가 19일 발표한 사이버사령부 댓글의혹 최종수사결과를 보면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지난 대선과 총선을 전후로 광범위하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버사 요원들이 정치관련 글을 작성한 건수는 5만여건에 달하고 특히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것은 7천1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보다 세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쯤되면 누가봐도 조직적인 정치개입, 폭넓게 적용하면 부당한 선거개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그러나 명백한 불법사실을 확인하고도 납득하기 힘든 결론을 내렸다.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겼지만 조직적인 선거개입은 아니며 청와대나 국정원과의 조직적 연계가 없는 독자적인 일탈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결과를 보면 군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을 뿐 아니라 선거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불법 선거개입이며 단순히 군 형법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반인 선거의 정당성까지 뒤흔들 수 있는 헌법위반사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 2항에는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같은 정치개입을 3급 군무원인 이모 전 단장이 독자적으로 주도했다는 수사결과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극우 보수 성향의 이 모 전 단장이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요원들은 이를 정상임무로 인식했다는 것이 국방부 조사본부의 결론이다.
연제욱,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은 정치적 표현이 포함된 글을 보고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를 방조한 혐의가 드러나 기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해서는 일일사이버 동향과 정책홍보 등에 관한 보고만 받았다면서 관련된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야당에서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김 전 장관이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있기 때문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김관진 전 장관이 군의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지도 못했고 파악도 하지 못했다면 법률적 책임은 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사이버사령부의 불법대선개입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국회 답변과정에서 대내심리전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군의 신뢰를 뿌리채 흔들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군의 신뢰회복과 재발방지를 기대하기 힘들다.
국방부가 수사한 결과에 따라 관련 책임자들에게 엄정한 사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