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일간지에 대문짝만 하게 실린 제주의 분양형 호텔 광고 문구다.
어떤 광고는 중국 내 부동산 개발 1위 기업인 뤼디그룹(綠地集團)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언급하는가 하면 라마다, 하워드 존슨 등 국제적인 유명 호텔체인의 이름을 내걸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저렴한 계약금과 중도금 50% 전액 무이자 융자는 기본이고, 실투자금 대비 연 11% 이상의 확정수익을 보장한다고 장담하기도 한다. 17%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다거나 10년간 매월 90만원의 임대수익을 선지급한다는 업체도 있다.
최근 이처럼 다양한 인센티브를 거론하며 투자만 하면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요란한 광고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분양형 호텔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9곳이나 된다.
분양형 호텔의 건축허가는 모두 지난해와 올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들 분양형 호텔이 2016년까지 모두 완공되면 총 4천981실이 추가로 공급된다.
문제는 분양형 호텔에 투자하면 약속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다.
법적으로 분양형 호텔이란 용어는 없다. 다만, 건축법에 따른 일반숙박시설과 생활숙박시설 가운데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양하는 부분의 바닥 면적의 합계가 3천㎡ 이상인 건축물을 분양형 호텔이라 부르고 있다. 또 분양을 하려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물 내 구분된 각각의 부분이 아파트처럼 독립한 건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분양형 호텔을 분양하고 나서 수익을 돌려주는 것은 법적으로 강제된 것이 아니라 분양자(운영자)와 피분양자(투자자) 사이의 계약일 뿐이다. 분양한 객실을 관광객들에게 빌려주고 나오는 수익 중 일부를 분양받은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객실 가동률이 일정 수준이 돼야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익이 나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분양형 호텔이 완공되는 시기가 관광숙박시설이 대규모로 늘어나는 시점과 겹쳐 객실 가동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기대처럼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광숙박시설이란 관광호텔, 콘도미니엄, 가족호텔, 유스호스텔 등을 말한다.
제주도는 오는 2018년 관광객 유치목표를 1천500만명으로 잡았다. 이 인원을 수용하는 데 필요한 도내 총 숙박시설은 객실 가동률이 90% 일 때 4만4천실, 70% 일 때 5만6천600실로 추정한다. 총 숙박시설이란 관광숙박시설과 휴양펜션, 일반숙박업, 농어촌민박을 모두 합친 것이다. 이 가운데 관광숙박시설 수요는 2만5천630실에서 3만2천953실이다. 관광숙박시설 이용률이 55.6% 때의 예상 수요다.
바꿔 말하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 1천500만명의 55.6%인 834만명이 관광숙박시설을 이용한다고 가정할 때 총 객실수가 2만5천630실(객실 가동률 90%)만 확보해도 관광객 수용이 가능하다. 총 객실수가 3만2천953실이면 객실 가동률이 관광숙박시설의 손익분기점인 7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말 현재 도내에서 운영되는 관광숙박시설의 전체 객실 수는 1만6천255실이다. 현재는 관광숙박시설의 객실 수가 모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2018년이 되면 오히려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별법'을 시행하면서 2012년 6천588실, 2013년 7천520실, 올해 6월까지 4천678실의 관광숙박시설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들 관광숙박시설이 모두 완공되면 1만8천786실이 불어나 관광숙박시설의 전체 객실 수는 3만5천41실에 이르게 된다. 이는 제주도가 예측한 객실 가동률 70% 때의 객실 수보다 무려 2천실이나 많은 수치다.
여기에 화교권 거대 자본인 홍콩 란딩그룹과 겐팅 싱가포르의 신화역사공원 프로젝트와 제주분마이호랜드의 이호유원지 개발 사업으로 6천700실 규모의 호텔과 객실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며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어서 공급과잉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신화역사공원과 이호유원지 개발까지 계획대로 되면 관광숙박시설의 총 객실 수는 4만1천실을 넘어서게 된다.
제주도는 2012년 이후 승인을 받은 관광숙박시설의 50%가 실제로 가동되면 관광숙박시설의 객실 가동률이 오는 2015년 85%, 2018년 73%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승인받은 관광숙박시설이 80%가 실제 가동되면 객실 가동률은 2015년 77%, 2018년 58%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반숙박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까지 도내 일반숙박업의 객실 수는 1만2천523실이다. 여기에 현재까지 허가된 분양형 호텔의 객실 수 4천981실을 더하면 앞으로 2년 내 일반숙박업의 객실 수는 1만8천실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농어촌민박과 휴양펜션업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제주도의 보수적인 전망조차도 2018년이면 관광숙박시설의 객실 가동률이 겨우 손익분기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일반숙박시설의 객실 가동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5일 "요즘 일간지 광고로 분양형 호텔이나 콘도의 고수익을 선전하는 내용이 많다"며 "광고내용을 책임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려했다.
원 지사는 광고를 믿는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지만,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은 분양형 호텔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광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관광숙박시설의 객실 가동률이 90% 대에 있으나 객실 수가 계속 늘어 있어서 2015년에는 객실 가동률이 50∼60%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며 "공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요금이 낮아지고 수익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 관광숙박업계도 앞으로 몇 년 새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일반숙박업을 하며 고정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없다"며 "투자자 스스로 수익구조를 자세히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형 호텔의 한 관계자는 "수익금은 전체 수익을 객실 수로 나눠서 객실 1실 가격의 50%에 대해 지급하는데 가동률이 60%만 되도 연 16%의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어 수익상품인 일반숙박시설(분양형 호텔)과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은 더는 일반상업지역에 건축할 수 없으므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개정된 사항은 특별자치도인 제주도와는 무관한 사항이라고 말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