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 말할 수 없는 폭행과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 사건의 전말이 인권단체에 의해 폭로되고, 전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국방부는 장관 지시로 지난 8일 모든 부대 장병들에게 업무를 재껴두고 특별 인권교육을 받게 했다. 그런데 일선 부대 지휘관의 교육 내용이 고작 이런 것이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교육을 왜 하는 지, 윤 일병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 지 의심스럽다. 심지어 “혹시라도 빌미를 제공해서 마녀(사냥)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고”라는 당부를 한 것을 보면 모든 것을 쉬쉬하고 감추기만 하려는 군의 폐쇄성과 적당주의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선 지휘관의 이런 적반하장의 발언은 위기에 몰린 군 당국이 철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보여주기 식으로 서둘러 파장을 덮기에 급급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정부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사건 당시 국방장관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책임론은 철저히 차단한 채 충분한 준비와 검토도 없이 불쑥 인권교육이니 ‘국방인권협의회’를 설치하느니 아무리 떠들어도 이미 군 당국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제도가 부족하고 없어서 윤 일병이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숨졌는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통렬한 반성과 의지가 관건인 것이다. 당연히 우리 군의 모습을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킨 김 전 장관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더불어 더 이상 군의 개혁을 군 자체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닫힌 공간인 군의 특성상 언제라도 사실이 왜곡되고 가혹한 인권 유린행위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의문의 자살 사건들이 이를 입증한다.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를 상설화 해 군을 건강하게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이에 앞서 인권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없는 군 지휘관은 당연히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