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이 마녀사냥이라니…한심한 軍

[노컷사설]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현장검증 (출처 = 육군)
국군양주병원 병원장인 이 모 대령이 병원 간부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하면서 윤 일병 사건을 ‘마녀사냥’이라고 표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대령은 "세월호나 이런 사건 났을 때 사회적인 반응이나 뉴스 같은 걸 보면 완전히 마녀사냥"이라면서, "보궐선거에서 국민이 세월호에 굉장히 피로해 한다는 게 증명되자 뭔가 사회적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사람들이 윤 일병 사건을 선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대령은 윤 일병에 대해서도 "행동이 좀 굼뜨고 그랬던 모양인데… 화가 날 때 두들겨 패서 애가 맞아 죽는 것 하고, 꼬셔서 일을 시키는 것 하고 어떤 것이 유리한지 병사들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폭행과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 사건의 전말이 인권단체에 의해 폭로되고, 전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국방부는 장관 지시로 지난 8일 모든 부대 장병들에게 업무를 재껴두고 특별 인권교육을 받게 했다. 그런데 일선 부대 지휘관의 교육 내용이 고작 이런 것이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교육을 왜 하는 지, 윤 일병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 지 의심스럽다. 심지어 “혹시라도 빌미를 제공해서 마녀(사냥)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고”라는 당부를 한 것을 보면 모든 것을 쉬쉬하고 감추기만 하려는 군의 폐쇄성과 적당주의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8일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전국의 각급 부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 장병이 참여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황진환기자
윤 일병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이런 모습이 과연 이 대령뿐이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선 부대 지휘관의 인식이 이런 정도라면 아무리 군 인권을 강조하더라도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막말을 쏟아낸 이 대령은 지휘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인물이다. 당장 보직을 해임하고 발언 내용을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군 인권 문제를 왜곡하고, 그 심각성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면 장관의 지시를 어긴 셈이기도 하다.

일선 지휘관의 이런 적반하장의 발언은 위기에 몰린 군 당국이 철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보여주기 식으로 서둘러 파장을 덮기에 급급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정부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사건 당시 국방장관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책임론은 철저히 차단한 채 충분한 준비와 검토도 없이 불쑥 인권교육이니 ‘국방인권협의회’를 설치하느니 아무리 떠들어도 이미 군 당국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제도가 부족하고 없어서 윤 일병이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숨졌는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통렬한 반성과 의지가 관건인 것이다. 당연히 우리 군의 모습을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킨 김 전 장관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더불어 더 이상 군의 개혁을 군 자체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닫힌 공간인 군의 특성상 언제라도 사실이 왜곡되고 가혹한 인권 유린행위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의문의 자살 사건들이 이를 입증한다.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를 상설화 해 군을 건강하게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이에 앞서 인권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없는 군 지휘관은 당연히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