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 엄마 박순미 씨는 매섭게 내리치는 빗속에서도 거듭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박 씨는 "어미는 10달 동안 아이를 따뜻하게 품고 낳았다. 그리고 17년 동안 이 아이들을 씩씩하게 아름답게 멋지게 키웠다. 이제 어미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정부가 말한 것처럼 저희는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유가족 "여·야 합의는 밀실 야합…긴 시간 싸웠지만 얻은 건 없어"
10일 오후 7시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는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대해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전날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점거 농성에 나선 10여 명의 유가족과 3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배제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항의 대상이 새누리당에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바뀌었다.
앞서 이날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 대표는 유가족들과의 면담에서 수사권보다 중요한 것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5:5:4:3으로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5:5:4:3은 여야 추천인원 각 5인, 대법원장 추천인원 2인과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원 2인을 합쳐 4인,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측 추천인원 3인을 뜻한다.
박 원내대표와의 면담에도 유가족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변호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이날 오후 박영선 원내대표와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박 대표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박영선 대표는 '협상이 장기화 되고 하면 가족들이 힘들 것 같아서, 가족들을 위해서 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지치지 않는다.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서 언제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경주 어머니 유병화 씨는 "진상조사위 중요하지만 기소할 수 있어야지 조사를 하든 조사위 일부분이지 저희가 요구한 법안이 합의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 씨는 "(합의에 대해)사전에 전혀 들은 내용이 없었다"며 "지금까지 긴 시간 여야가 논의했지만 전혀 얻은 건 하나도 없고 다 준 것이다. 개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집회가 끝난 오후 8시쯤. 매섭게 내리던 비도 그쳤다. 유병화 씨는 "항상 저희 아이들이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화문, 시청에서도 계속 비 쏟아질 때도 아이들 항상 옆에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당내 의원들까지도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며 박영선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우원식, 전해철, 진성준, 유은혜, 은수미 의원 등 당내 46명의 의원들은 이날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특히 유족의 소망은 세월호특별법의 전제조건이자 국민적 공감대"라면서 "때문에 여야가 어렵게 합의했다 하더라도 유족의 이해와 수용이 없다면 전면 재검토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특검 추천방식과 관련해 좀 더 노력하겠다"며 "특검 추천에 대해서는 논의할 구석이 조금 남아있다"며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세월호 국조특위 증인으로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청문회 증인채택 협상 등과 연계한 세월호특별법의 추가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새누리당의 증인 채택 거부로 인해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된 세월호 특별법 처리 등 합의안이 지켜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재협상 여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