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끝까지…"라던 청와대, 산케이에 왜 법적대응 안하나

검찰, 시민단체 산케이 고발에 이례적인 신속한 출석 요구…외교문제 없나?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세월호 사고 당일인 지난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가 한일 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세월호 사고 당일날 오전 10시에 서면으로 첫 보고를 받은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는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냐는 의문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간의 일문일답을 통해 제기했다.

그러면서 "일련의 문답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에서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라 하지만 정부가 국회에서 대참사 당일 대통령의 소재나 행동을 묻고 대답할 수 없다니 한국의 권력 중추는 이렇게도 불투명한 것인가"라고 물음표를 찍는다.

기사는 또 증권가 찌라시 등에 의존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비선'으로 의심을 받아왔던 정윤회 씨와 같이 있었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온다는 얘기도 전한다.

특히 정윤회 씨의 최근 이혼사실을 전하면서 박 대통령과 정 씨의 관계가 특별한 관계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보도가 나간 뒤 며칠 동안 청와대는 침묵했다. 긁어 부스럼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지난 7일 국회 황우여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자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다.


윤두현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묻겠다. 엄하게 강력하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자기 나라 대통령이 아니라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인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수석의 강력 대응 방침 천명 이후 사흘이나 지난 10일까지 청와대는 산케이신문보도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기자실을 찾아 "제3자 고발 사건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예의 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수호청년단과 독도사랑회 등은 박 대통령의 사생활 의혹 등을 보도한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을 명예훼손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사건을 배당받은 형사 1부는 가토 지국장에 대해 12일 검찰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하지만 민 대변인이 '3자 고발 사건 과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한 것은 윤 수석이 며칠 전 밝힌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청와대의 일보후퇴는 여러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할 경우 청와대나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일본 극우 신문의 기사에 대해 국가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여서 맞지 않을 수 있다.

일본과의 관계도 고민이 됐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로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이지만 지금까지는 우리가 주도권을 쥐었다.

그렇지만 일본 언론에 대해 우리 정부나 정부 관계자가 소송을 걸 경우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일 관계에서 우리가 이전처럼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인한 검찰 수사 개시라고 해도 자국민 보호차원에서도 그렇고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도 일본이 가만히 있기는 쉽지 않다.

이는 우리 언론이 아베 일본 총리를 감정적으로 비난했다고 해서 일본 검찰에 조사를 받게 될 경우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는 이치와 똑같다.

청와대가 산케이신문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위하기 위해서는 이 신문이 기사의 상당 부분을 인용한 조선일보 기자의 지난달 18일 칼럼도 문제 삼아야 하지만 당장 언론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해당 기자도 칼럼에도 정윤회 씨와 관련한 얘기도 있고, 정 씨의 이혼 얘기도 했다. 비슷한 내용을 다룬 기사에 대해 한 기사는 가만히 있고, 한 기사는 법적 대응할 경우 형평성 시비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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