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리카에 뒤늦은 '물량공세'…중국 견제 가능할까

상징적 의미 커…힘 빠진 오바마, 기업들에 대리투자 주문

6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아프리카를 향한 미국의 적극적 구애를 상징하는 이벤트였다.

'안보'와 '경제'를 축으로 아프리카의 성장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나름대로의 전략적 청사진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는 무한한 잠재시장으로서의 아프리카를 방치하지 않고 적극 껴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아프리카에서 날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의 세확장에 분명한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차적인 방점은 안보 분야에 놓여졌다. 정치적 지배구조를 우선적으로 안정시켜야 개발원조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경제개발 계획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상황인식에 터잡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아프리카평화유지신속대응파트너십'(APRRP) 계획은 이런 맥락이다. 이는 아프리카 지역의 안보와 치안환경 개선을 위해 유엔과 아프리카연합의 평화유지 활동을 지원하는 아프리카 자체의 '신속대응군'(rapid response force)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에티오피아와 가나, 르완다, 세네갈, 탄자니아, 우간다 등 그동안 평화유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6개국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아프리카 이외에 국가들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외형적으로 아프리카 자체의 연합방위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아프리카의 '안보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향후 3∼5년 동안 매년 1억1천만달러(약 1천135억원)를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회의가 던지는 보다 중요한 의미는 경제 분야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을 위해 총 330억달러(약 34조원)를 아프리카에 투자한다는 구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는 중국의 시장공략에 대응하려는 일종의 '물량공세'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투자구상이 지속 가능할 것이냐는 현실적인 물음표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아프리카 투자의 상당 부분을 재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한 투자규모 330억달러 중 140억달러는 코카콜라(50억달러)와 제너럴일렉트릭(GE·20억 달러) 등 민간 기업이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집권 2기의 중반기에 접어든 오바마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를 견인해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의는 당장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 카드를 제시하기보다는 미국이 다시 아프리카에 '관여'를 시도한다는 상징적 의미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종합적 평가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집권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가나를 방문해 교역 확대와 개발 지원을 골자로 하는 신(新) 아프리카 전략을 발표했다. 초기부터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선점한 중국의 독주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아프리카를 무한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인식하고 막대한 투자와 원조를 무기로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후 10여일 만인 2013년 3월 첫 해외 순방지로 탄자니아·남아공·콩고공화국을 택했고 아프리카에 2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같은 해 6월 세네갈·남아공·탄자니아를 방문하며 '맞불 외교'를 펴고 아프리카의 전력개발에 모두 16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천명했지만 중국의 세 확장에 제동을 거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리카의 요충지에 정찰용 무인기(드론) 기지를 만들고 대(對) 테러 활동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오히려 아프리카 내에서 부정적인 대미 여론을 조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이번 행사에서 중국 쪽으로 기운 아프리카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국이 앞으로 어느 정도 아프리카의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개발을 유도할 것인지는 결국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정치적으로 힘이 약해지고 재정적으로도 한계에 봉착한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세확장을 견제할 정도로 새로운 에너지와 동력을 창출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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